이 시장은 이날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한때 양강 구도가 됐을때 당 원로들이 저를 불러서 저녁을 같이 하면서 최후의 대비를 해야 되지 않냐. 사퇴하고 지원하는 것을 준비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시장은 "저는 필요하면 당연히 그걸(시장 직을 내려놓고 문 대통령 지원을) 해야 된다고 생각했고 가족회의도 다 끝내고 사퇴하기로 결정해 사퇴서를 써놓고 문 후보 측하고도 나름 얘기도 해서 '필요하면 언제든지 부르라'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시장은 이어 "다행히 (문재인-안철수 양강구도가 깨져서) 사퇴를 안 해도 되게 됐다"며 "양강 구도가 잠깐 일주일 정도 유지되다 확 격차가 나서 저는 '사퇴할 필요가 없어져서 다행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양강 구도가) 며칠만 더 유지됐으면 (시장직을) 사퇴했을 것"이라며 "다행히 좀 빨리 정리되는 바람에 제 아내가 대타로 지원하는 것 정도로 끝냈지만 안 보이는 속에 상당히 큰 변화들이 준비되고 있기는 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달했다.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기대 이상으로 잘 하는 것 같다"고 호평했다.
이 시장은 "문제는 다음이다. 아직 출발을 못 했다"며 "이제 진용을 갖추고 정책을 정리했고 이제 실행을 하는 단계가 되면 그때부터 국민들은 기대가 아니라 평가를 시작할 텐데 아직은 기대를 하는 단계라서 뭘 한 게 없지 않나 솔직히"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도 "국정교과서(를) 중단한다든지 위안부 재협의를 선언한다든지 성과연봉제를 못하게 만드는 것들은 잘하시는 것 같다"며 "특히 원전 제로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데 잘하고 있는 것 같다"고 극찬했다.
이 시장은 특히 "속도나 강도 측면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놀랍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이 있다"며 "원전정책은 쉽지 않고 일본군 위안부 재협의 문제도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그런 점들을 보면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시장은 다만 인사문제에 있어서는 "현실은 만만한 것이 아닌데 인사 국면을 돌파할 때 상대 진영들에 대해 좀 낙관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다소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원래 물소 떼들이 악어가 득실대는 강을 건널 때 한꺼번에 건너가야지 한 마리씩 건너가면 다 피해를 입는다"며 "두 명씩 소수를 순차적으로 내다보니 공격이 집중된 면이 있고 선의로 믿고 했겠지만 조금 아쉽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인사 총평에 대해서는 "과거의 역량 있는 사람들의 사소한 사적 행위들을 지나치게 평가해서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뺏거나 정부가 최초로 진용을 갖추는 데 너무 지나치게 인사권자의 권한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이 과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문 대통령의 인사를 문제 삼는 야권을 에둘러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이른바 5대 인사원칙을 훼손했다는 지적에는 "(문 대통령이)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는 이런 말씀을 하셨던 것 같다"며 "우리나라에서 수십 년 인생을 산 사람들 중에서 골라야 되는데 예를 들면 우리가 성직자 고르는 것도 아니고 해서 흠 없는 사람을 고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문 대통령에 대한 지원사격을 이어갔다.
이어 "원래 설거지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그릇을 많이 깨먹는다. 설거지를 안 하는 사람은 깔끔하다"며 문 대통령을 재차 옹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