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1차 옐로카드'에 그친 다주택자 투기를 강력 억제할 수 있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2차 레드카드'가 임박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달 현재 서울 지역 부동산 매매 건수는 7403건으로 하루 평균 435건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최고거래량인 7월 하루 평균 454.5건에 육박하는 수치다.
지난달말만 해도 0.16%까지 낮아졌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도 이달 들어 7일 0.20%, 14일 0.29% 등으로 다시 치솟고 있다.
다만 서울 전역의 아파트 분양권 전매 금지 영향으로 분양권 거래량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이달 들어 거래량은 하루 평균 11.5건인 196건으로, 지난 5월의 하루 평균인 36.5건이나 6월의 26.8건에 비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업계 일각에선 "다주택자 투기를 부동산 과열 원인으로 지목한 정부 진단에 문제가 있다"며 "실수요자들이 집값을 떠받치고 있는 만큼 주택 공급 문제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출 규제에 초점을 맞춘 6.19대책이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일명 '갭투자'엔 영향을 미쳤겠지만, 자금력이 풍부한 다주택 보유 투기세력엔 그다지 '약발'이 없었을 가능성에 한층 무게가 실린다.
반면 5주택자 이상에선 일년전보다 7.5%나 증가했고, 5주택 이상 보유자의 규모 역시 강남4구에서만 53%나 증가했다.
"공급 부족 때문이라면 실수요자들이 많이 몰렸겠지만 가장 (거래가) 두드러진 사람들은 5주택 이상 보유자"라는 김 장관의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특히 강남 지역에서 실수요 연령대인 40~50대의 거래 증가율이 14%에 그치고 60~70대는 오히려 감소한 반면, 29세 이하에선 54%가 증가한 점도 '실수요자의 문제'가 아니란 진단에 힘을 싣는다.
김 장관의 지적처럼 "경제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세대가 개발여건이 양호하고 투자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만 유독 높은 거래량을 보였다는 건 편법거래를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이란 것이다.
국토연구원 박천규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은 "편법이나 증여, 투기성자금과 같은 자금의 불건전성을 모니터링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6.19대책으로 끝나는 게 아닌 만큼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비롯한 정책의 환류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센터장은 주택 거래 자금의 투명성 확보 외에도 △실수요자에 대한 중도금 보증 집중 △분양권 전매에 대한 양도세율 강화 △점진적 후분양제 확대 기반 조성 △공적임대주택 확충 등을 후속 대책으로 꼽았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김남근 변호사는 "강남 재건축 시장의 가격이 계속 오르는 건 투기자금이 몰리기 때문"이라며 "가격이 낮게 책정되는 조합원 분양분이 투기상품이 되는 문제를 차단하려면 결국 분양가 상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다주택자 투기를 과열 원인으로 지목한 만큼, 그동안 신중한 입장을 밝혀온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 △보유세 인상 △공시가격 현실화 △임대소득 과세 강화 등 고강도 핵심 대책을 꺼내들 개연성도 없지 않다.
참여연대가 최근 공개한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 임대소득과세 개편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다주택자가 월세로 버는 임대소득은 연간 20조 6125억원에 이르지만 세금이 부과된 임대소득은 1조 6천억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승희 국세청장도 지난달 26일 인사청문회에서 "다주택자 187만명 가운데 임대소득을 신고한 사람은 2.58%인 4만 8천명에 불과하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또 △다주택 임대사업자의 등록 의무화 △임대소득의 종합과세 통일 △임차인 부담 전가를 막기 위한 전월세 상한제 도입 등이 병행돼야 '수박 겉핥기'에 그쳐왔던 부동산 과열 대책이 실제 효력을 발휘할 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