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핵심과제 '공수처'…국회 벽 넘을까?

"검찰 견제장치" VS "또다른 권력기관"…'캐스팅보트'는 바른정당으로

검찰개혁의 핵심인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문재인 정부가 연말까지 공약한 가운데 야3당의 입장은 제각각이다.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오는 19일 발표할 국정운영 '100대 과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고위공직자(전직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법관 등)를 전담으로 수사·기소하는 별도의 기구인 공수처를 연말까지 설치하기로 했다.

현재 노회찬 정의당 의원,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용주 국민의당 의원, 양승조 민주당 의원 등이 각각 발의한 세 가지 공수처 설치 법안이 국회 법사위 소위에 계류 중이다.

공수처 설치에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적극 찬성하고 있다. 박범계 민주당 법사위원은 "그동안 검찰의 '눈치보기 수사', '제 식구 감싸기' 등은 꾸준히 지적돼 온 적폐"라며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독점한 무소불위의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별도의 견제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용주 국민의당 법사위원도 "검찰 개혁에 대해서는 여·야가 따로 없다"며 "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세부적인 부분이 수정될 수는 있지만, 큰 틀에서 공수처 설치를 (국민의당도)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민주당(120석)과 국민의당(40석)의 의석수를 합해도 160석에 그쳐, 국회선진화법이 요구하는 의석수인 180석에는 20석이 부족한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은 공수처 설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당의 한 법사위원은 "아직 당론으로 정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제출된 공수처 설치 법안은 한국당이 생각하는 검찰 개혁 방향과 큰 괴리가 있다"며 "따져봐야 할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한국당 권성동 의원도 "검찰개혁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또 하나의 권력기관을 만드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도 지난 대선 후보시절 "공수처 신설은 또 하나의 검찰청을 더 만들고, 대통령이 장을 임명하는 형태"라며 "지금의 검찰과 다를 게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공수처 설치를 놓고 민주당·국민의당과 한국당의 입장 차이가 분명하게 엇갈리면서 '캐스팅 보트'는 바른정당으로 넘어가게 됐다.

바른정당은 '검찰 개혁'이란 명분에는 공감하면서도 공수처 설치가 근본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바른정당 고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공수처 설치에 반대한다. 검찰의 여러 문제를 먼저 해결하기 전에 다른 기관을 만들면, 그 문제가 그대로 옮겨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유승민 후보가 검찰 개혁의 해법으로 공수처 설치를 제시한 바 있는 데다, 당내에서도 '조건부 동의' 의견도 존재해 가변적인 상황이다.

바른정당의 한 의원은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에는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므로 논의 과정에서 세부적인 부분이 수정된다면, 찬성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결국 민주·국민의당과 한국당은 입장이 모호한 바른정당을 설득하는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안의 성격상 국회 선진화법이 요구하는 180석 이상을 확보했다고 해서 통과될 수 있는 성질도 아니다. 권성동 법사위원장이 교섭단체 간사간 합의를 요구하면 처리를 미룰 수 있고, 검찰개혁의 다른 부분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문제 등과 패키지로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검찰개혁이나 검.경수사권 조정의 밑그림을 잘 그리고 이행계획도 확실하게 세워 여론의 지지속에 실행이 돼야 한다.

한편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는 공수처 신설 입장에 대해 "논의가 시작된 발단이나 배경을 잘 알고 있다"고만 밝히며 관련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

박상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공수처 설치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거론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유념해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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