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는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특검이 애(정유라)를 새벽 2시에 데리고 나가는 것은 정말 잘못입니다. 제가 잠을 잘 못 잤습니다"라고 정유라 폭탄발언에 대한 첫 반응을 나타냈다.
최씨는 "이재용 피고인 재판부에서 오는 21일 증인으로 출석해달라는 요청이 왔는데 참석할 수 있냐"는 재판부 질문에 답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최 씨는 "지난 12일 유라가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받았는데 어떤 상의도 없었다"며 "(그래서 변호인에게) 구치소에 있는데 엄마 입장이 있는데 CCTV를 확인해보고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알아보라 했다)"고 밝혔다.
또 "특검이 유라를 너무 협박하고 압박해 2살짜리 애를 놔두고 갔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최씨 변호인측도 "정유라 깜짝 출석이 논란이 되고 있다"며 "정유라 법정 출석 자체가 위법하고 증거능력의 다툼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경재 변호사는 "정씨 증언은 어머니 최씨가 인지한 객관적 사실과 다르다"며 "증언은 무효가 돼야 하고 왜 변호인을 따돌리고 검찰에 협조했는지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정유라 증언은 이재용 피고인 재판에서 결정적 증언이 된다"며 "앞으로 박 전 대통령 재판과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서 증언의 신빙성을 다툴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씨측 입장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공여 재판에서 자신이 박 전 대통령과 함께 뇌물 수수 공범으로 돼 있는 만큼 딸 정유라씨의 증언이 미칠 파급력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이경재 변호사는 '정유라씨가 장시호씨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냐"는 물음에 "장씨와 정씨는 다르다"며 "장씨는 뇌물죄 피의자로 재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 변호인은 "정씨를 만나봤냐"는 질문에 "지금 (정유라씨가) 전화를 받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앞서 정씨는 12일 새벽 2시쯤 특검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집을 나서 이날 오전 열린 이 부회장 재판에 '기습 출석'하고 나서 변호인들과 연락을 끊은 상태였다.
정씨는 변호인단에 이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강요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독자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단 중 한 명인 오태희 변호사는 정씨의 갑작스러운 증인 출석과 어머니 최순실씨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언 이후 "정씨의 행동은 살모사(殺母蛇)와 같은 것"이라고 격렬하게 비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