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전에 들어간 박세리(40, 은퇴)는 17번홀까지 제니 추아시리폰(미국)과 동타였다. 당시 연장전은 18홀 경기로 치러졌다. 18번홀에서 박세리의 티샷이 워터해저드 경사면 러프에 아슬아슬하게 걸렸다. 정상적인 자세를 잡을 수 없는 상황.
하지만 박세리는 벌타 대신 양말을 벗고 직접 연못으로 들어갔다. 박세리의 연못 샷은 페어웨이로 떨어졌고, 다시 추아시리폰과 비겼다. 당시 IMF로 시름에 빠졌던 국민들을 울린 그 유명한 '맨발 샷'이다.
결국 박세리는 서든데스로 진행된 92번째홀(11번홀)에서 버디를 성공시키면서 US여자오픈 정상에 섰다. 한국인 최초 US여자오픈 우승이었다.
이미 그 해 5월 메이저대회 맥도널드 챔피언십을 거머쥔 박세리는 LPGA 투어 신인 최초로 메이저대회 2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전설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통산 25승과 함께 LPGA 투어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됐다.
잠잠했던 US여자오픈에 다시 태극기를 휘날린 것은 2005년 김주연(36)이었다.
김주연은 모건 프레슬(미국)과 접전 끝에 우승했다. 김주연은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날린 세 번째 벙커샷이 그대로 홀컵에 빨려들어가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김주연의 LPGA 투어 첫 우승이자 마지막 우승이었다.
2008년에는 박인비(29)가 또 다른 전설의 시작을 알렸다.
박인비는 LPGA 투어 첫 우승을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따냈다. 만 19세11개월17일의 나이로 1998년 박세리의 20세9개월8일을 넘어선 최연소 우승이었다.
박인비는 이후 긴 슬럼프를 겪었다. 잠시 일본으로 눈을 돌렸지만, 201년 에비앙 마스터스 우승과 함께 세계 정상으로 가는 길을 걸었다. 2013년 다시 한 번 US여자오픈을 거머쥐었고, 지난해 최연소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올해 3월 HSBC 위민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통산 18승을 기록 중이다.
박인비에 이어 지은희(31)가 2년 연속 한국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지은희는 2타 뒤진 채 4라운드에 들어서 캔디 쿵(대만)을 1타 차로 따돌렸다. 공동 선두 상황에서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우승했다. 2008년 웨그먼스 LPGA 우승을 포함해 통산 2승을 거뒀다.
유소연은 2011년 비회원 자격으로 출전했다. 서희경(31, 은퇴)을 연장 접전 끝에 따돌리며 LPGA 투어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장식했다. 2012년 본격적으로 LPGA 투어에 진출한 유소연은 이후 4승을 추가하며 현재 세계랭킹 1위에 올라있다.
2012년에는 최나연이 US여자오픈 정상에 섰다. 최나연은 양희영(28)의 추격을 3타 차로 뿌리쳤다. 최나연은 LPGA 투어 통산 9승을 기록 중이다. 2005년에는 박세리, 박인비에 이어 한국 골퍼로는 세 번째로 상금 1000만 달러를 돌파했다.
전인지 역시 비회원 자격으로 2015년 우승을 차지했다. 전인지는 2승째도 2016년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차지했다.
8번째 바통을 박성현이 이어받았다.
박성현은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7승을 거뒀고, LPGA 투어 대회 7개만 출전하고도 상금 랭킹으로 시드권을 받았다. 슈퍼 루키로 기대를 모았지만, 13개 대회에서 우승이 없었다.
하지만 짜릿한 역전 우승으로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차지했다. US여자오픈 두 번째 출전이었다. US여자오픈에서 두 번째 출전 만에 우승한 것은 2011년 유소연 이후 처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