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15일 다음해 최저시급을 올해 대비 16.4% 급격히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하면서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 12시간여 만인 16일 오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소상공인ㆍ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이처럼 발빠른 대응은 이미 예고된 것으로, 문 대통령이 대선 시절부터 2020년까지 최저시급 1만원을 달성하겠다면서 해마다 15.7%씩 최저임금을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던만큼 미리 준비된 수순으로 해석된다.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도 노사 양측이 최종안 제시 직전 수정안까지만 해도 1590원에 달하는 격차를 보였지만, 정부 측 공익위원의 적극적 중재로 최종안에서는 7500원대로 의견을 모을만큼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폭의 구체적 수준을 사실상 정하다시피 했다.
그동안 경영계가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할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 등이 고용을 대폭 줄이거나 줄폐업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를 꾸준히 제기해오자 정부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만큼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으며 전면 대응에 나선 것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대안은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 가운데 상시 고용인원 규모가 일정 수준 이하인 사업체를 대상으로 최저임금 인상폭 중 5년 평균 인상률(7.4%)을 웃도는 초과인상분은 정부가 직접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막기 위한 영세자영업자 보호장치로 도입되지만, 사실상 대선부터 논의됐던 정부가 보장하는 '기본소득' 개념이 일부 현실화된 셈이다.
이 외에도 중소자영업자들의 숙원사업이었던 상가임대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보증금 관련 조치들이나 프랜차이즈 본부의 보복행위로부터 가맹점을 지키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도 도입될 예정이다.
이미 다음해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 확정된만큼 예정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가 새 정부의 올 하반기 최우선 과제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이를 위해 건물주나 프랜차이즈 본부, 대기업의 횡포를 막을 적폐 청산 조치가 자연스레 명분을 갖추면서 오히려 새 정부가 강조하던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한 조치가 더 힘을 얻은 셈이다.
김 부총리도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 주도 성장의 큰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내수 활성화를 기여하고 잠재적 성장을 견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 영세업자들의 최저임금 초과분에 대한 추가 부담 최소화 △ 고용 감소 방지 및 촉진 △ 최저임금 인상과 보완 대책으로 성장에 기여 등의 3대 원칙을 밝히기도 했다.
노동계 역시 최저시급 1만원을 요구하는 동시에 영세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부담을 덜어야 한다며 '을(乙)들의 연대를 통한 상생전략'을 강조해왔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들은 지난달 일자리위원회에 △최저임금 인상분 원청 분담 △ 카드 수수료 인하 △ 반값 가맹수수료 및 반값 임대료 △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 개정 등을 포함한 9대 제도 개선안을 제출하기도 했고, 이 중 상당수가 이번 정부 대책과 겹쳐있다.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인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승자독식 구조인 원하청·프랜차이즈 구조를 최저임금 인상분도 원청·본사가 연대책임 지도록 틀을 바꿔야 한다"며 "구조적 문제들이 같이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중소기업의 경우 단가 후려치기 등 원하청 간 불공정 거래가 시정되고,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가맹본부에 대한 부대비용 등 갑질 논란이 해결되야 한다"고 예를 들었다.
또 "영세자영업자들을 준 노동자로 보고 사회안정망을 확충해 생존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한계자영업자들이 많아 장기적으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해도 새출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연착륙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또다른 문제점은 전체 노동자의 13.6%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는 마당에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이 대폭 늘어나 근로계약 관계가 법망 밖으로 빠져나가는 '블랙마켓' 사업장이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영 상황이 어렵다는 이유로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으로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은 자연스레 4대보험과 수당, 혹은 소득세 신고 등도 비정상적으로 행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저임금을 지키도록 적극 단속하는 한편, 법망 밖에 놓이기 쉬운 저소득·저강도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망 확충 방안도 절실해보인다.
이 소장은 "올해 근로감독관 800명을 충원하는데, 최저임금 위반을 집중 단속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다는 사용주들의 주장을 최소화하도록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역할이 굉장히 주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