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출신 연기자인 김영광은 '파수꾼'에 출연하면서 '연기할 맛'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사랑비', '피노키오', '아홉수 소년', '디데이',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 '우리집에 사는 남자' 등 차근차근 출연작들을 늘려가며 성실하게 일해 온 끝에 얻은 기쁨이다.
13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김영광을 만났다. '연기'가 좋아진 그는, 배우라는 자신의 직업도 더 좋아졌고, 한때 막연했던 꿈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노컷 인터뷰 ① 김영광이 본 '파수꾼' 결말 "죽는 것도 나쁘지 않아")
일문일답 이어서.
▶ 촬영현장이 매우 즐겁다고 말했는데, 어떤 점이 그랬는지 궁금하다.
(이번 작품은) 끝나면 놀고 싶을 정도로 여태까지 밤샘을 제일 많이 했다. 한 씬에 대해서도 토론을 되게 많이 했다, 현장에서. (연기하는) 저희가 개연성이 있어야 시청자들이 보실 때도 '아, 저렇게 하는 거구나' 생각하니까 각자 캐릭터마다 이럴 수 있는(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 원인을 찾으려고 토론을 많이 하고 찍었다. 저희끼리 상의해서 찍은 씬이 잘 나온 게 많았다.
드라마는 일주일 찍으면 바로 피드백이 오잖아요. 저희끼리는 토론을 해도 방송에 나가기 전까지 시청자 분들이 어떻게 보실지는 모르지 않나. 어떻게 해야 더 흥미진진하게 볼까 하는 것을 고민하면서 연기했는데 피드백도 좋아서 뭔가 할 맛이 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떡밥을 회수하면서 저희가 느꼈던 재미를 시청자 분들이 같이 느껴주시니까 저는 그게 되게 좋았다.
촬영이라는 게 굉장히 바쁜 일정인데도 불구하고 (찍는 게) 진짜 신이 났다. 되게 신나게 했던 것 같다. 감독님이 배우 의견을 많이 들어주시는 편이고, 다들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하다 보니 이렇게만 나오면 재밌겠다 그런 걸 많이 느꼈다.
▶ '파수꾼'에서 연기 호평을 많이 받았는데, 기억에 남는 칭찬이 있나.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웃음) 칭찬을 많이 들으면 더 잘하고 싶잖아요. 빨리 다음 작품을 보여드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칭찬은) '소오름'(소름돋는다는 의미)이요.
▶ '파수꾼'에서 이 씬은 정말 잘했다 싶은 게 있나.
그렇진 않다. (제가) 잘했다기보다는 의외였던 건 좀 있다. 청문회 씬이 너무 어려웠다. 제가 너무 설명을 하는 거다. 상황을 보여주고 저는 장도한의 입장만 말해야 되는데. 찍고 나서도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랬는데 방송에는 잘 나와서 의외였다. 감독님이 편집을 잘하시는구나 느꼈다. 반대로 좀 더 길게 써 줄 줄 알았던 게 있다. 초반 취조실 씬은 길게 쓰라고 다양하게 연기했는데 많이 줄어서 좀 아쉬웠다.
▶ 본인 연기에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제가 되게 잘했다는 씬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촬영하고 나서) 상황에 맞는 감정이었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잘 나올지 그런 거는 오히려 감이 잘 안 잡힌다. 두 씬 정도 찍고 나면 그 전 씬에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 더 잘했어야 됐는데, 하거나 갑자기 아이디어가 생각난다거나. 극중에서 아빠를 처음 만나는 씬이 있었는데 너무 감정적으로 슬프다 보니까 너무 울어버린 거다, 처음에는. (그동안의 장도한 캐릭터가 있기 때문에) 너무 펑펑 우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절제하는 걸로 바꾸겠다고 했다. 그게 방송에 나가서 (극 흐름은) 매끄러웠다.
▶ '파수꾼' 시즌2 얘기가 나오고 있는지.
시즌2가 나온다면 누가 나왔으면 좋겠냐. 오광호 부장(김상호 분)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런 얘기를 나누긴 했다. B팀 감독님은 '파수꾼 오브 갤럭시' 만든다고도 하셨고. (웃음) 이번 작업이 즐거웠어서 또 한 번 재밌게 하면 재밌지 않을까. 시즌2가 나온다면 멤버 바뀌지 않고 조금만 추가해서 한다면 재밌을 것 같다.
▶ 주연을 맡았던 작품이 시청률이 저조한 편인데, 여기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파수꾼' 들어간다고 했을 때 '망영광'이라는 댓글을 보긴 했다. 하지만 제가 그걸 딱히 안고 살아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연기자로서 성숙해 가고 있고, 그만큼 연기를 잘해서 캐릭터와 드라마를 잘 보여드리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슬프지 않다. 잘되기만 바란다면 작품에 들어가기가 힘들 것 같다. 작품을 많이 하는 게 저한테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 평소에 댓글을 살펴보는 편인가.
(이번에는) 하도 주변에서 얘기를 많이 해 줘서 봤는데 원래는 안 본다. (연기할 때) 표현이 쏠릴 수가 있거든요. (반응을 일일이) 체크하게 되고. (이번이) 처음 듣는 격렬한 반응이어가지고 (웃음) 작가님의 의도를 잘 파악해야 되는데 (댓글 때문에) 캐릭터의 좋은 부분, 나쁜 부분만 생각하고 연기하면 잘 보여드릴 수가 없다. 그래서 너무 신경 쓰면 안 된다고 본다.
저는 장르물을 되게 좋아한다. 다음에는 전쟁(을 다룬 작품) 같은 거 해 보고 싶다. 선배님들한테 말씀드리니 '힘들어, 너무 힘들어, 이거('파수꾼')보다 더 힘들 거야'라고 하시더라.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자연재해라든지 전쟁 같은, 강한 힘을 받게 되면 사람이 어떻게 변할지 많이 궁금하다. 제 스스로는 나름대로 작품할 때마다 연기를 많이 바꾼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작품을 하게 된다면 또 거기에 맞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
▶ 좋아하는 전쟁 영화가 있나.
'블랙 호크 다운', '에너미 앳 더 게이트' 되게 좋아하고 '고지전'도 진짜 재밌게 봤다. 정말 슬펐다. 어린 배우 분이 노래 부를 때 되게 슬펐다. 말도 안 되게 급박한 상황에서 잠깐 쉬는 건데 거기서 노래 부르고 놀고 하는 게 인간다워 보였다. 그런 연기를 해 보고 싶다.
▶ 모델 출신 연기자라서 이와 관련한 편견에 시달렸을 것 같다. 지금은 그 편견을 어느 정도 깼다고 생각하는지.
별로 많이 깼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사람들의 반응을) '아이, 몰라~' 하고 넘기는 건 아니다. 다 받아들이지만, 앞으로 계속 좋은 연기자의 모습으로 좀 더 재밌는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어할 뿐이다. 점점 가면서 이 직업이 좋아지고 더 꿈의 크기가 커지는 것 같다.
▶ 꿈이 커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예전에는 굉장히 막연하게 '스타가 되고 싶다',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제가 10년 뒤에 어떤 연기자가 될지 궁금하다. (앞으로) 실존인물을 연기해 보고 싶기도 하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 (연기에 대한) 탐구가 되게 많아졌다고 해야 할까. 이번 작품에서는 연기하는 게 굉장히 즐거웠다.
▶ 본인이 스타라고 생각하는지.
그런 건 잘 모르겠다. 어떤 기준이 있나? 저희 팬들한테는 스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아직 엄청나게 많으니까 딱히 스타라는 생각은 안 든다. 꾸준히, 성실한 연기자로서 작품에서 (캐릭터를) 진실되게 표현하려고 한다.
▶ 작품 사이 쉬는 기간이 짧은 편인데 '열일'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조금 더 좋은 연기자가 되고 싶은 거다. 경험도 많이 하고. 어떤 작품 하나를 잘 끝냈다고 해서 그 연기자가 계속 훌륭하고 멋있게 남을 수는 없지 않나. 특히나 요즘은 트렌드도 빠르니 거기에 맞춰나가면서 여러 가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제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연기자라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다. 집에서 노는 건 좀 우울하다. 일하는 게 더 재밌다고 느낀다. 시간도 잘 가고. 저는 언젠가부터 드라마 끝나면 포스터에다 배우들 싸인 받아서 액자를 만드는데 그렇게 해 놓으니까 액자 볼 때마다 그때의 기분이 들더라.
▶'파수꾼'은 본인의 인생작인가.
모르겠다. (웃음) 인생작이라고 많이들 해 주시니까 '현재의 인생작'인 것 같다. 앞으로 또 보여드릴 게 많이 있으니 장담은 못하겠다.
▶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이런 질문은 항상 뻔하게 대답하는 거 같은데 일단 작품을 많이 해서 꾸준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흐름을 탄다기보다 좀 더 자기만의 색깔을 가져서, '김영광이 주인공을 하면 자기만의 색깔로 연기한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