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은 1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올스타전'에 드림 올스타팀의 5번 지명타자로 나섰다. 5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해 바랐던 홈런과 '미스터 올스타'는 무산됐지만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자신의 홈 구장에서 마지막 올스타전을 치르면서 대구 팬들에게 뜻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날 이승엽은 13-8로 승리한 드림 올스타팀의 대표로 상금과 상패를 받았는데 팬들은 "이승엽!"을 연호하며 전설을 예우했다.
무엇보다 두 아들과 함께 한 훈훈한 마무리였다. 이승엽은 이날 장남 은혁(13), 차남 은준 군(7)과 처음부터 끝까지 올스타전을 즐겼다. 경기 전 시구(은혁), 시타(은준), 시포(이승엽) 등 삼부자가 시구 행사를 장식했다.
경기 중에도 이승엽은 두 아들과 함께 더그아웃에서 잔치를 함께 했다. 두 아들은 아버지의 동료 후배들과 사진을 찍는 등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아들의 눈에 비친 아버지의 마지막 올스타전은 어땠을까. 장남 은혁 군은 일단 "시구하는데 제구가 잘 되지 않아 마음에 안 들었다"고 소년의 천진한 마음을 드러냈다. 시구는 왼쪽 타석에 들어선 동생의 바깥쪽으로 빠졌다. 이승엽은 "그 정도면 잘 한 건데 못했다고 투덜대더라"고 귀띔했다.
곧이어 깊은 속내를 드러냈다. 은혁 군은 아버지의 마지막 올스타전에 대해 "기분이 좀 이상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마지막이라 되게 기분이 슬프다"면서도 "떨리고도 재미있었다"고 털어놨다.
아버지의 위대함을 알게 된 아들이다. 은혁 군은 "매년 올스타에 뽑히고 홈런도 많이 쳐서 아버지가 대단한 선수라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2013년 포항 올스타전에 처음 아버지와 갔는데 그때 홈런더비 우승을 차지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1995년 이후 20여 년을 프로 선수로 뛴 아버지의 노고도 아는 착한 아들이다. 은혁 군은 "아버지가 은퇴한 다음 다른 것을 하실 때도 파이팅하길 바란다"면서 "또 편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고 속깊은 소리를 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늦게 오시고 힘들어 하셨다"는 이유에서다. 아버지가 은퇴를 하면 "그냥 같이 있고 싶고 놀러가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도 드러냈다.
이승엽의 아내 이송정 씨는 "아들이 아버지의 성실함은 닮되 (완벽함에 대한) 소심함은 닮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취재진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이에 은혁 군은 "아버지 소심하지 않아요"라면서 "다만 조금 섬세하실 뿐"이라고 아빠 편을 들었다. 그러면서도 "주위에서 아버지와 닮았다는 말을 듣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런 말은 잘 듣지 않는다"고 답해 취재진의 폭소를 자아냈다. 스타성을 갖춘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