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궂은일 앞장"…폐지 수레 끌다 숨진 할머니 애도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이웃 위해 봉사"…34도 폭염 속 열사병

폭염 속 폐지를 가득 실은 손수레를 끌다 도로에 쓰러져 숨진 70대 할머니는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에도 마을 청소를 도맡아 하는 등 이웃을 위한 봉사를 활발히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할머니가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이웃과 누리꾼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15일 청주 상당경찰서와 청주시에 따르면 전날 낮 12시 40분께 상당구 석교동의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A(75·여)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A씨는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119구급대에 의해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지만, 한 달 20만원가량의 노인 기초연금을 받는 넉넉지 못한 형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할머니가 살던 아파트 주민들은 "A씨가 평소 마을 청소를 도맡아 하는 등 부지런하고 봉사도 많이 했던 분"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대학생인 손자는 자녀와 떨어져 홀로 지내던 A씨의 집에 몇달씩 머무를 정도로 할머니를 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웃 김모(58)씨는 "A씨는 매일 아침 동네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심성이 착한 사람"이라면서 "손자 용돈도 줄 겸 소일거리 삼아 헌책이나 폐지를 모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진은 A씨가 무더위로 인해 열사병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이날 청주는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이었고, 낮 최고기온은 34.2까지 올랐다.


A씨는 이날 아침 집에서 약 50m 떨어진 초등학교로 헌책과 폐지를 모으려고 집을 나섰다.

학교에서 손수레를 빌려 폐지와 헌책을 모은 A씨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정오께 손수레를 끌고 집으로 향하던 중 길에 쓰러졌다.

A씨가 의식을 잃은 곳은 그가 사는 아파트 출입구를 5m가량 앞둔 도로였다. 손자는 당시 외출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학교 관계자는 "지병으로 약을 먹는 와중에도 자주 나와 학교 청소도 해주는 고마운 분이었는데, 슬픈 소식 접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의 집은 20여가구 규모의 낡은 5층짜리 아파트다. 주민 대부분은 60대 이상 고령자들이다.

누리꾼들은 "할머니 좋은 곳에서 편안하게 쉬세요", "천국에 가시길" 등의 글을 남겨 고인을 애도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야외 활동을 하다가 열사병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무더운 날씨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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