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마티즈 사건' 들불처럼 번지는 진상 규명 요구

숨진 직원 父 "이런 자살은 없다" 폭로 뒤 정당·시민사회 "진실 밝혀내야"

국정원 직원 임모 과장이 숨진 채 발견된 빨간색 마티즈 차량.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과 대선 개입 의혹 해킹프로그램 사건에 연루돼 자신의 마티즈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국정원 임모(당시 45살) 과장의 죽음에 대해 부친이 타살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전방위적 진상 규명 목소리와 함께 재수사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임 과장의 아버지는 지난 12일 CBS노컷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아들의 얼굴에 상처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서 놀랐다"며 "몸이 저렇게 당할 정도면 뼈까지 상했을까 걱정돼 오죽하면 감정(부검)을 해달라고 했다"고 타살 가능성을 정면으로 제기했다.

'국정원 직원 마티즈 자살 사건'으로 불리며 사건이 발생한 2015년 7월에도 숱한 의혹이 제기됐던 이 사건에 대해 유족이 "이런 자살은 없다"며 그동안 숨죽인 억울한 속내를 털어놓으면서 그간의 의혹도 재점화되고 진상규명 목소리도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사건 당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고 있던 정청래 전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국정원 빨간색 마티즈 임모 과장 죽음의 미스터리 7대 의혹'을 제기하며 강한 진상규명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정청래 전 의원 트위터 캡처)
정 전 의원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사건 당일도 임 과장이 감찰받으러 가는 날인데 계속 잠 못 자고 감찰을 받다가 어떠한 이유로 집에 온 뒤 다시 가는 길이었다"며 "임 과장이 남긴 유서가 실은 자술서가 아닌지 강력하게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 과장의 아버지가 결정적인 증언을 했다"며 "이 사건의 키는 임 과장의 부인이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14일 제주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 직원의 자살이 타살로 의심된다는 한 아버지의 양심선언이 있었다"며 "국정원의 꼬리 자르기 방식이 있었다면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또 지난 13일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가족들의 합리적인 의심과 의혹제기에 당국은 진실규명으로 화답해야 한다"며 "새로운 국정원 지휘부는 적폐청산 TF에서 임모 과장 타살의혹과 함께 선거개입과 민간인 사찰 부분도 철저히 조사하여 불법이 있다면 엄정한 법집행으로 단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도 지난 정부 국정원에서 벌인 정치적 왜곡과 국민 사찰에 대한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유가족이 진상을 밝히고 원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하는 사건에 대해서는 국정원 안팎에서 우선적으로 밝혀내야 한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을 제압한다는 공작문건을 만들거나, 반값등록금과 같은 절실한 민생정책을 방해하기 위한 문건까지 만든 국정원에서 이런 일들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임 과장이 연루된 '이탈리아 해킹프로그램(RCS)을 이용한 민간인 사찰 및 선거개입 의혹'은 국가정보원이 최근 확정한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의 13개 조사 항목에 포함돼 있다.

또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정원감시네트워크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국정원개혁위가 조사해야 할 국정원 적폐리스트' 15개 항목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대표적인 적폐이자 의혹 사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임 과장의 죽음으로부터 2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사건은 의혹을 한층 키우고 진상규명 의지는 재점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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