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정부 여당에 가장 강경한 자세를 유지했던 자유한국당은 이날 의원총회 끝에 의사일정 복귀를 선언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인사 난맥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진정 어린 사과성 발언을 계속 요청한다는 전제 하에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만나 오는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하자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국민의당에 이어 바른정당까지 국회 복귀를 선언하자 더이상 강경기조를 유지하기는 부담스럽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한국당에 앞서 "비록 청와대의 진정성 있는 양보는 없었지만, 바른정당은 오직 국민을 위해 추경 및 정부조직법 등 심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경색국면이 급반전되자 여야는 곧바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본격적인 추경 심사의 첫 발을 뗐다. 모든 정당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진 추경 심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논의를 위한 안전행정위원회도 이르면 15일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예결특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한국당 등의 강한 요구에 따라 인사 난맥상에 대해 사과했다. 이 총리는 "국민의 눈높이나 의원님들의 높은 기준에 미흡한 경우가 있었다는 점에서 저도 몹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야당은 세금을 투입해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는 추경의 내용이 부적절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이번 추경이 법적 편성 요건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국당 박찬우 의원은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생산하는 일자리가 아니고 세금을 쓰는 일자리"라며 "공무원이 늘어나게 되면 규제도 늘어나게 돼 있다. 생산적인 일자리는 결국 민간기업에서 만들어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정인화 의원도 "공무원 채용을 비롯해서 엘이디(LED) 전등교체, 연구 개발 예산 등이 직간접적으로 일자리 창출과 관련이 있다고 강변을 하지만, 추경을 통해 예산을 투입해서 막아야 할 그런 일자리는 아니지 않느냐"고 물었다.
바른정당 홍철호 의원은 "추경이 법적 요건에 정확하게 맞는지 여부에 대해 저희 야당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정부가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거나 사과,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리는 공무원 일자리 증원 내용에 대한 지적에 "(이번 추경은) 그동안 업무 과다 때문에 증원의 필요성이 가장 강력하게 제기됐던 소방, 경찰, 복지 공무원 등에 국한하고 있다"며 "그 준비를 위한 예산이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법적 요건 논란에 대해서는 "(현재와 같은) 청년 실업 사태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라며 "국가재정법이 정한 대량 실업 우려에 해당된다고 봤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 수요, 공급, 노동시장 구조 문제가 다 같이 어우러져서 해결돼야 하는데 이번 추경은 노동시장 수요에 대한 것"이라며 "공급 차원에서의 교육개혁이라든지, 4차 산업에 맞는 인력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도 다 같이 다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추경 내용은 물론, 정부조직법 세부 내용에 대해서도 정부 여당과 야당이 이견을 보이면서 18일 본회의 처리를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