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지난달 13일자로 김 PD를 자택 대기발령 조치했다. 그가 회사 내 불특정 장소에서 "김장겸은 물러나라"고 수십 차례 외쳤다며, 사장을 근거 없이 물러나라고 해 회사의 전체적인 지휘체계를 흔들고 직장질서를 문란하게 했다는 이유였다.
김 PD는 사측으로부터 13일 오후 5시 인사위 개최를 통보 받고, 사옥을 찾았다. 그는 인사위에서 밝힐 소명자료 54쪽을 직접 작성했고, 인사위 과정을 페이스북 라이브로 중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MBC 청경들은 페이스북 라이브를 중단하라고 요구했고, 끄기 전에는 인사위 장소로 이동하지 못하게끔 막았다. 결국 김 PD는 회사 밖 광장과 회사 안 로비에서 짤막하게 진행한 페이스북 라이브를 멈춰야 했다.
김 PD는 "제가 준비한 글들과 여러분들이 페이스북에 올려주신 글들을 그분들에게 읽어드리고 오겠다"며 자신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 노조원들과 함께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3번 외쳤다.
우여곡절 끝에 김 PD는 인사위에 출석했으나, 30분 가량 후 정회됐다. 김 PD는 인사위를 나온 직후 다시 MBC 로비에서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상황을 설명했다.
김 PD는 "(인사위원들이) 계속 그만하라고 얘기하더라. 화장실도 가야 하고 힘들다면서. 저는 제가 사장님을 물러가라고 했는데 그 소명이 어떻게 간단하게 되냐, 버르장머리 없이 5분, 10분만 하고 말 수가 없지 않나. 저는 정성껏 읽어드리려고 했다. 제 진술서가 다 끝나면 페이스북에 올라온 시청자들 사연을 하나하나 읽어드리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말 죄송하다. 뭐가 죄송하느냐 하면 제가 여기 올라올 때 앞에 서 있는 사람들(MBC본부 조합원) 보지 않았나. 저는 올라가서 여러분들이 지난 5년 간 저기 사장실, 임원실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를, 여러분들을 대신해 하고 싶었다"고 울먹였다.
김 PD는 "계속 저의 질문을 막고 저의 소명을 막았다. 밥 먹을 때가 됐으니까 줄이고 가자는 거였다. 원래 오늘 몇 시가 됐건 끝까지 하는 게 제 의도였는데, 백종문 부사장이 그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하시더니 인사부 직원과 상의해서 정회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오늘 여기를 오면서 21년 근무의 마지막날이구나, 해고가 나겠구나 생각했다. 일단 정회라니까 해고는 며칠 미뤄진 것 같다. (인사위원회 전 과정을) 페북 라이브로 못 해서 죄송하다. 일단 정회니까 다음 회를 기대해 달라"며 다시 한 번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쳤다.
한편, MBC 사측은 김 PD 인사위원회를 재개하지 않고 비제작부서인 심의국(14일자)으로 보냈다. 드라마 PD인 김 PD는 대기발령 조치 이전에도 비제작부서인 편성국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