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박 전 대통령은 재판부가 출석을 계속 거부할 경우 강제 인치 등의 가능성을 시사하자 돌연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다음날 오후 출석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발가락 통증을 호소하며 이날과 지난 10·11일 자신의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법정 대면도 무산됐다.
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지연·회피 전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달 초 이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되고도 나가지 않았고, 지난 5월에는 비선진료 묵인 혐의를 받는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 재판에도 출석 거부했다.
대통령 재직 중 대국민 담화에서 진상규명에 협조하겠다고 해놓고, 검찰과 특검 소환조사를 피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같은 전술을 쓰기엔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도 법리적으로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3개월 남은 1심 구속시한을 넘기는 방식을 통해 석방을 꾀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면세점 사업자 선정 비리' 사건 수사로 추가 기소해 박 전 대통령의 구속시한을 늘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감사원이 고발한 면세점 사건을 '국정농단' 수사를 맡았던 특수1부에 배당했다. 이는 검찰이 해당 사건을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2막으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3차례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특정 대기업에 대한 노골적이고 조직적인 특혜와 배제 정황이 드러난 만큼 검찰의 칼끝이 다시 한 번 박 전 대통령을 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 측이 재판에 계속 불출석하는 등 비협조적 태도를 보였다가는 향후 판세가 더 불리해질 수 있다.
전날 재판부는 서울구치소 측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토대로 박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가 거동이 불편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이 불출석하려면 거동이 곤란할 정도의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한다.
재판부가 사실상 강제 인치나 피고인의 출석없는 공판 진행 가능성을 내비치자 유 변호사는 재판부의 명령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을 서울구치소에 만나 이날 오후 출석 의사를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