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1일 오전 8시쯤 제주시내 식당에서 소주 8병을 훔친 송모(43) 씨가 절도 혐의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송씨는 벌금 20만 원을 내지 못해 같은날 낮 12시 30분 제주교도소로 넘겨졌다. 교도소 측은 입소 전 송씨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결핵이 있다고 하자 송씨를 독거실로 옮겼다.
하지만 송씨는 이튿날인 5월 22일 오전 4시 55분쯤 교도소 5동 독거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 교도소 출소자 "교도관이 송 씨 사망 방치했다" 주장
논란은 지난달 제주교도소를 출소한 A 씨가 '송 씨가 밤새도록 벽을 두드리고, 신음소리를 내는데도 순찰하던 교도관이 방치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A 씨는 "자신의 동기인 B 씨가 송씨의 옆방에 있었고, 이를 모두 들어서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제주교도소에 따르면 실제로 수감된 B 씨는 사건 당시 송씨의 옆방에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순찰자가 송 씨를 무시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아침이 돼서야 사망한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출소자 A 씨와 B 씨는 교도소 동기다.
송 씨는 이틀간의 노역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21일 입소했다 하더라도 22일 0시가 되면 출소할 수 있었다. 노역은 시간이 아닌 일수 개념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교도소는 출소자 배려 차원에서 출소 시간을 0시가 아닌 새벽 5시로 통일하는 내규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버스와 택시 등 교통수단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도관이 송 씨를 발견한 건 22일 오전 4시 55분. 출소 시간을 고지하러 갔다 반응이 없는 걸 확인한 것이다.
송 씨는 제주시내 대학병원으로 옮겨졌고, 오전 5시 11분 사망판정을 받는다.
박소연 제주교도소 소장은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CCTV 확인 결과 교도관이 총 13차례(순찰자 및 감독관 포함) 해당 동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송씨가 숨진 뒤인 지난 23일부터 나흘 동안 광주지방교정청이 조사를 실시했다"며 "그 결과 교도관의 근무태만, 관리 소홀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또 "독거실 안에 비상벨이 모두 설치돼 있다"며 "입소 전 비상벨 문제도 고지했고, 만약 문제가 발생했더라도 옆방에서 비상벨을 눌러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순찰자가 CCTV에 마지막으로 나온 시간은 오전 4시 30분경이다.
부검결과 송씨의 사인은 '알코올성 확장성 심근변증'으로 인한 급사로 판명됐다.
논란은 B 씨로부터 방치 사실을 들은 A 씨가 외부로 이 사실을 알리며 시작됐다.
CBS 노컷뉴스는 제주교도소를 방문해 수용자 취재 동의서를 작성하고, B 씨에게 ‘사망 방치 논란’과 관련해 취재를 요청했지만 B 씨는 이를 거부했다.
B 씨는 제주교도소 자체 조사에서 ‘코고는 소리, 바닥 치는 소리를 들었지만 (A 씨가 주장한 대로) 밤새 벽을 두드리고 신음소리를 들은 적은 없다'며 '징벌을 심하게 먹어 A 에게 일을 크게 만들라고 했다가 해결됐으니 그만하라고 말렸다'고 언급했다.
당시 5동에 있던 다른 수감자들은 벽을 두드리는 소리와 신음소리 등은 듣지 못했다고 교도소 자체조사에서 진술했다.
◇ 교도소 입소 시 과거 건강상태 확인 필요
숨진 송 씨는 입소 당시 결핵이 있다고 말해 독거실로 옮겨졌다. 당시 당직 계장과 의무직원이 송 씨의 건강상태를 체크했다.
송 씨는 지난 2011년에도 제주교도소에 입소했는데, 당시에는 '알코올성 간질 질환'이 있다고 말했다. 해당 병적 기록은 교도소 내 전산에 모두 기록된다.
교도소 측은 이 부분에 대해 "입소할 당시 여러가지 병명, 신체검사나 신원확인, 건강상 이상 유무에 대해 질문할 때 본인이 결핵 이외에는 없다고 대답했다"며 "알코올성 간질 질환은 송씨가 숨진 뒤에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지방교정청 조사 결과 관리 문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입소 당시 건강상태를 제대로 체크해야 한다는 주의 임무를 면밀히 할 것을 지시 받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