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에 전례없는 중형 구형…무리한 적용"

언론노조 "언론의 자유가 행정편의 보장 위해 희생돼야 하는가"

(사진=SBS 제공)
검찰이 구치소에서 몰래카메라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취재진에게 중형을 구형한 것을 두고,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언론의 자유가 행정편의 보장을 위해 희생돼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13일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 검찰이 언론과 취재의 자유에 있어 전례없는 중형을 구형했다"고 운을 뗐다.

"지난 10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그것이 알고 싶다'의 취재를 위해 구치소에서 몰래카메라를 사용해 기소된 최민철 SBS PD와 박성호 SBS A&T 촬영감독에게 각각 징역 10개월과 집행유예 2년,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구형했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노출될 수 있는 보이스 피싱의 문제 해결을 위해 불가피하게 구치소 접견 과정에서 몰래카메라를 사용한 것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와 '건조물 침입'이라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언론노조는 "이 사건은 작년 11월 MBC '리얼스토리 눈'의 취재 과정에 대한 선고 이후 알권리와 취재의 자유의 법적 요건을 두고 국회 토론회가 개최됐을 정도로 중요한 이슈였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당시 '리얼스토리 눈'의 제작에 참여한 독립PD 4명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벌금형만을 놓고도 과도한 알권리와 취재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지적됐지만, 검찰은 이번 공판에서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유례가 없는 형벌권을 행사했다. 검찰이 구형의 근거로 내세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와 '건조물 침입'에 대해서는 법조계와 언론학계로부터 무리한 적용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어 "보이스 피싱의 문제를 다루던 '그것이 알고 싶다'의 제작진은 구치소에 수감된 핵심총책 용의자로부터 범죄행위와 관련된 인터뷰를 위해 접견을 신청했다"며 "비록 접견자의 신분과 접견 목적을 정확히 기재하지 않았다고 해도, 취재를 목적으로 하는 구치소 접견이 법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관련법인 형집행법의 어느 조항에서도 제한사유를 찾아 볼 수 없으며, 관행적으로 교정당국이 주장해 온 취재 목적의 접견 금지는 자신들의 '언론공보 업무처리를 위한 사무처리 기준'에 불과하다. 어떻게 법률이 아닌 사무처리 기준으로 징역형을 구형할 수 있는가?"

언론노조는 "'그것이 알고 싶다'의 PD와 촬영감독이 신원과 접견 목적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정확한 신원과 접견 목적을 확인할 의무는 교정당국에 있는 것이지, 접견자에게 이를 증명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카메라와 같은 장비의 반입 금지는 구치소의 시설 안전과 질서 유지를 해칠 가능성 때문에 수형자나 피의자들에게 적용되는 것이지, 취재진과 같은 접견자들은 그 대상이 아니다."

'건조물 침입'에 대해서도 "구치소나 교도소와 같은 교정시설은 관공서로서 언론사의 취재 대상"이라고 전했다.

"언론은 알권리와 취재의 자유에 근거하여 교정시설을 방문, 취재할 권리가 있고, 교정당국은 시설의 안전이나 질서를 해칠 우려가 없는 한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 보이스 피싱과 같이 사회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범죄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취재라면, 교정당국은 오히려 취재 활동을 적극 보장해야 했다."

언론노조는 "검찰의 이번 구형은 법적 근거도 없는 교정당국의 행정 편의를 옹호하는 행위일 뿐"이라며 "게다가 이런 행정편의의 보장을 위해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의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해 취재를 제한해야 한다면, 학계와 언론계의 논의를 거친 관련 법률의 개정을 통해 최소한의 제한 요건을 정해야 했다. '불문율'이라는 근거 없는 관행으로 이런 요건의 구성을 미루던 교정당국은 이번 검찰의 구형으로 도리어 면죄부를 받고 있다. 선고는 9월 13일로 예정되어 있다. 교정당국의 직무 태만을 지적하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할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