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우리 정부 역시 추이를 지켜보며 조심스럽게 대응하고 있어, 한동안 남북 간 '눈치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문 대통령이 지난 6일 독일에서 '신한반도 평화비전'이 담긴 일명 '베를린 구상'을 밝힌데 대해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다음날인 지난 7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개원 18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에 북한이 즉각 호응할 것을 촉구한데 대해서도, '여론기만행위'라며 조 장관의 말에 국한한 비판을 쏟아냈을 뿐 문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북한은 또 일종의 비공식 매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를 통해 "친미사대와 동족대결의 낡은 틀에 갇힌 채 내놓은 제안이라면 북측의 호응을 기대할 수 없다"고 비판을 내놨다.
그러면서 "긴장 격화의 주된 요인인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할 결단을 내릴 수 있는가"라며 다음달 실시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강한 비판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던 평소의 대응방식과 달리, 남한이 먼저 태도를 바꾸면 생각해볼 수 있다는 식으로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북한이 대화의 여지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외교소식통은 "공식적인 입장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공식적으로 거부를 하고 있지 않다는 것만도 의미있는 시그널"이라면서 "북한도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하며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측이 '베를린 구상'에 대한 남측의 후속대책이 아직 나오지 않은 점을 감안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 등 구체 방안에 대해 어떻게 진행할지 보다 구체적인 제안이 나오면 북한 국무위원회 등 공식 루트를 통한 입장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 UN안보리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 대북제재 수위를 두고 기싸움이 벌어지는 양상을 지켜본 뒤 행동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우리 정부 역시 베를린 구상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며 후속조치를 고심하고 있는터라 남북 간 눈치싸움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정권 9년동안 북한과 불신의 골이 깊어진 상태이고 현안에 대한 입장차도 큰 상태다. 대화를 당장 수락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UN의 새 대북제재와 한미합동훈련, 우리 측의 구체적 후속조치를 보아가며 입장을 정하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산가족이나 금강산 관광 재재, 긴급회담 제안 등 여러가지 형태로 역제안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일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다음달 6~8일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계기 기회가 되면 북한과 외교장관 회담을 가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아직 북한이 참석할지, 또 회담이 성사될지는 미지수지만 만일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면 최근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현 정부 기조인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기 때문이다.
강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서 'ARF를 계기로 한 남북회동 가능성이 높지 않냐'는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여러 상황을 고려해 그 계기를 최대한 활용해 볼 구상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