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기대감↑' 양동현, 최순호 감독의 ‘페르소나’

프로 13년차에 생애 최고 활약,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득점 선두

프로 13년차 공격수 양동현은 2017년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맞았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영화계에서는 ‘페르소나(persona)’라는 단어가 흔히 사용된다. 감독이 극중 캐릭터 가운데 한 명을 ‘분신’으로 삼는 경우 이를 ‘페르소나’라고 표현한다. 감독은 이 ‘페르소나’를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한다. 즉 감독이 가진 철학을 대변하는 인물을 의미한다.

그런 면에서 2017년 K리그 클래식 포항 스틸러스의 공격수 양동현은 최순호 감독의 ‘페르소나’다. 현역시절, 그리고 지도자가 되어 최순호라는 축구인이 익혀온 노하우를 전수받아 그라운드에서 표현하는 역할을 맡아 완벽하게 결과로 보여주고 있다.

2002년 대한축구협회의 유소년 유학 프로젝트 1기로 프랑스 무대를 밟는 등 일찌감치 기대주로 주목 받았던 양동현은 2005년 울산 현대 유니폼을 입고 데뷔했다. 이후 부산, 경찰청에서 활약했다. 다시 울산을 거쳐 포항 유니폼을 입는 동안 어느덧 K리그 통산 출전 기록은 300경기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양동현의 전성기는 프로 데뷔 13년차를 맞은 2017년, 바로 지금이다. 포항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 양동현의 최고 시즌은 2011년 부산 시절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그는 31경기에 출전해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득점(11골)을 성공하며 K리그 데뷔 후 가장 많은 골을 넣었다.

이후 활약이 저조한 탓에 기대만큼 활약이 부족한 선수로 사라지는 듯 했던 양동현은 2016년 포항 유니폼을 입으며 완벽하게 부활했다. 지난 시즌 32경기에 출전해 13골을 넣어 자신의 선수 경력에서 가장 많은 골 기록을 다시 썼다.


올 시즌은 19경기 만에 13골을 넣으며 역대 최고 시즌을 예고했다. 올 시즌 2경기에 한 골씩 넣겠다던 그의 각오는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그야말로 2017년은 양동현이 새롭게 비상하는 한 해다.

최순호 포항 감독은 무조건적인 수비 가담 대신 효율적인 움직임을 양동현에게 주문하며 공격수의 본분인 득점에 집중하라는 분명한 주문을 했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 클래식 득점왕 경쟁에서 당당히 선두를 달리는 덕에 양동현의 국가대표팀 발탁 기대감도 커졌다. 신태용 감독의 부임과 함께 대표팀 구성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양동현의 대표팀 복귀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양동현의 A매치 기록은 2경기에서 멈춰있다. 2009년 6월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2경기에 출전한 이후 양동현의 A매치 출전기록은 멈췄다.

일각에서는 양동현이 많은 골을 넣고 있지만 움직임이 적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대표팀에서 활용 가능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정작 양동현을 지도하는 최순호 포항 감독은 이러한 평가에 고개를 가로 저으며 “(양)동현이는 안 뛰는 선수가 아니다. 동선의 개념이 다를 뿐”이라며 “내 전술적인 요청에 따라 효율적으로 움직일 뿐이다”라고 평가했다.

“과거 동현이를 가르친 많은 감독이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공격수에게 중요한 것은 득점”이라고 자신의 소신을 밝힌 최순호 감독은 “양동현은 슈팅 타이밍과 정확도가 좋은 선수다. 득점할 위치 선정만 하면 된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공이 전달되는 짧은 시간 안에 득점이 많이 나는 위치로 갈 수 있도록 주문했다. 수비는 영리하게 유인만 하도록 했다”고 양동현의 효과적인 활용법을 제시했다.

최순호 감독의 이 주문은 단순히 나온 것만은 아니었다. 현역시절, 그리고 지도자가 되어 오랫동안 쌓아온 노하우다. 그는 “월드컵 같은 대회를 보더라도 기록상으로 골이 많이 나는 지점이 있다. 그 쪽으로 공을 많이 보내고 슈팅까지 하면 골이 들어갈 확률이 높아진다”고 양동현의 올 시즌 맹활약 비결을 소개했다.

“나도 현역 때는 많이 안 움직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골을 많이 넣었다. 동현이에게 골을 넣으면 괜찮다고 했다”고 조언했다는 최순호 감독은 “심리적, 체력적인 문제일 뿐 동현이는 국가대표팀에 가서도 얼마든지 제 몫을 할 선수”라고 분명한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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