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박근혜 발가락 통증 불출석, 왜 못 믿을까?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과 11일 발가락 통증을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한데 이어서 13일과 14일로 예정된 공판에도 출석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제출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발가락 통증이 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검찰과 교정당국 등에서는 '의도적인 재판 지연전술'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발가락 통증 불출석, 왜 못 믿음을 주지 못하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박 전 대통령 발가락을 크게 다친 것인가?

= 법무부와 교정당국 검찰 등에 확인해보니 외부에 상처가 있거나 뼈가 골절돼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내성발톱'이라고 발톱이 피부안으로 파고 들어가는 그런 증상이 있었고
그 때문에 평소에도 약간의 통증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다 최근 화장실로 들어가는 문턱에 발가락이 부딪히면서 통증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아픈 부위는 왼쪽 네 번째 발가락이라고 한다.

▶ 변호인들 얘기로는 "인대에 손상"이 있다거나 "상태가 심해져서 거동이 불편"하다는데?

= 변호인들의 얘기는 그렇다. 유영하 변호사는 "구치소 의무과에서 진료한 결과 인대 쪽에 손상이 있는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고, 채명성 변호사는 "지난 7일 왼발을 심하게 찍혀 통증이 있는 상태에서 재판에 출석했다"면서 "상태가 심해져서 거동 자체가 상당히 불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 의무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서울구치소 쪽에서는 "아프다고 하니 그런줄 안다"거나 "외견상 상처가 있거나 당장 수술을 해야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 재판에 못 나올 정도는 아니라는 거냐?

= 외견상 보기에는 그렇다고 한다. 사실 일반인들이 발가락이 아프다는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한다면 그게 용납이 될까?

손수호 변호사가 발가락이 두 개가 아픈데도 휠체어 안 타고 방송에 출연했다고 하지 않았나?

교정당국 관계자와 검찰관계자에게 확인하니 "외부로 보이는 상처는 없다"면서 "발가락이 아프고 신발을 신기가 곤란하다"고 전했다. 그리고 수감생활에는 별다른 불편이 없고 식사나 이런 것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정에 출두 할 때 사복을 입으니까 정장구두를 신는다. 여름철이니까 샌들이나 그런걸 신는다면 발가락을 압박하지 않아서 통증이 덜 할 수 있을텐데 품위유지 상 그런 선택은 안 할 듯 하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변호인들은 통증이 심해서 거동이 불편할 정도라고 말하니 이해가 쉽게 되지 않는다.

▶ 강제로 재판에 출석 시킬 수는 없는 거냐?

= 형사소송법에는 피고인이 출석을 거부했을 경우 예외적으로 교도관이 데리고 나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교정당국이나 검찰에서는 강제로 재판에 출석하도록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재판 출석은 본인 선택이니까 강요할 수는 없다"면서 "강제적인 조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나가지 않겠다면 강제로 재판에 내보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도 "좀 더 두고 볼 예정"이라면서 "그래도 전직 대통령인데 나무 매몰차게 하는 것도 그렇고"라고 말했다. 당장 구인장을 발부하거나 그럴 계획은 없다는 얘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박 전 대통령은 왜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 걸까?

= 첫 번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법정에서 만나는 걸 기피하고 싶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전 대통령과 삼성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은 세 차례 독대를 했다. 그 독대에서 어떤 얘기들이 오고 갔는지를 두고 뇌물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전직 대통령과 국내 최대 재벌총수가 법정에서 만나는 장면은 그 자체로 세계적인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그런 민망한 모습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강했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두 번째는 답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재판이 거듭되면서 박 전 대통령은 피할 곳이 없어보인다. 그래서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 것으로 시간을 벌자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얘기들이 나온다.

검찰의 한 검사장급 간부는 "무조건 시간만 벌자는 취지로 재판 출석을 기피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금은 수가 없어 보이니까 수를 찾을 때까지 기다리거나, 국내 정치상황이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기다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벌 회장들이 피할 곳이 없을 경우 시간을 무작정 끄는 고의 지연전술을 펴는 모습을 종종 보여왔다.

세 번째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재판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의도가 아닐까 하는 분석이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공판은 8월초 결심공판이 8월 말에는 1심 판결이 있을 예정이다. 이 결과를 보고 재판전략을 다시 짜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그동안에는 국민의 눈이 있으니까 재판에 나왔지만 중요한 건 이재용 부회장 재판이니까 결과에 따라 재판 전략이 달라지지 않겠나?"라고 예상했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공여 혐의가 유죄판결을 받는다면 박 전 대통령으로는 피할 곳이 없어진다. 그럴 경우 다른 전략이나 전술이 필요해 지는 것이다.

네 번째는 박 전 대통령은 계속해서 무리한 전략을 펴고 있는데 그 연장선상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뒤 박 전 대통령은 매번 이른바 벼랑끝 전술을 펴왔다. 그렇지만 결과는 매번 최악이었다. 검찰과 특검의 조사를 기피했고 헌재에도 출석하지 않았지만 탄핵으로 파면됐다. 그리고 특검의 조사는 끝내 피했지만 결국 검찰에 구속됐다.

이번에도 계속해서 재판에 불출석하면서 일정의 벼랑끝 전술을 펴는 것으로 보이지만 재판결과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검찰이나 특검, 법조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오히려 국민여론만 나빠질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재판정에 출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혹시 박 전 대통령이 6개월 안에 1심 판결이 나지 않으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되나?

= 구속된 피고인의 경우 1심은 6개월 2심과 3심은 각각 4개월 안에 판결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그렇지만 박 전 대통령은 그렇게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검찰의 고위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혐의 외에 기소된 범죄사실이 있어서 추가로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면서 "6개월 연장이 가능하니까 4월에 구속됐다고 10월에 나가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도 "박 전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재판을 잘 받을 경우 추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고 법원도 영장발부를 부담스러워 할 수 있지만 이렇게 재판에 계속 출석하지 않는다면 법원으로서도 영장을 발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에는 8월 27일이 1심 구속 만기일이다. 추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혐의가 없기 때문에 그 때까지 1심 선고가 이뤄지지 못하면 석방 할 수밖에 없다.

특검과 변호인단은 오는 19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신문을, 오는 26일에는 최 씨에 대해 증인신문을 할 예정인데 다음주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법정에서 만나게 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상설이 계속해서 나오는데?

= 그렇다. 계속해서 건강이상설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재판정에서 졸았다고 하거나 그림을 그렸다가 지웠다고 한다거나 심지어 '정신이상설'까지 제기됐다. 그리고 발가락 통증을 이유로 이번주 재판에 모두 출석하지 않겠다고 나섰다.

정신이상설은 주말이던 지난 8일 일요신문이 박 전 대통령 구속 100일을 맞아 "구치소에서 기이한 행동을 보여 입방아에 오르내렸다"고 보도하면서부터다.

일요신문은 교정 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박 전 대통령은 식사시간이 끝난 지 불과 30분도 채 되지 않아 왜 밥을 주지 않느냐며 교도관에게 다시 묻고 취침시간에 벽을 보고 앉은 채 한국어나 영어가 아닌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박 전 대통령 동생 근령씨의 남편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가 방송에 출연해서 주 4회 진행되는 재판을 과도하다고 비판하며 '정신이상설'을 언급하면서 더욱 확산됐다.

그렇지만 검찰이나 교정당국 등에 확인해보니 전혀 사실과 다른 보도라는 입장이다.

교정당국 관계자는 "60대 중반의 나이에 일주일에 네 차례 오전 10시부터 저녁까지 재판을 받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건강한 사람도 졸 수도 있고 그렇다"면서 "그걸 건강이상설로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거나 그런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과 교정당국의 관계자들도 "박 전 대통령은 수감생활을 잘하고 있다"면서 "건강이상설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흘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수수사에 정통한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재벌총수나 유력정치인들도 항상 건강문제를 제기하는 게 마지막 수"라면서 "법정에서 졸았다거나 건강이 이상하다는 인식을 계속해서 심어주다보면 박 전 대통령이 몸이 좋지않다는 게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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