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전 대표는 사전에 이 전 최고위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되는 당일에 기자회견을 하기로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 안 전 대표는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측근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영장이 기각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되자 크게 놀랐다는 후문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오전에 직접 대국민 메시지를 작성했으며 오후 3시 30분 여의도 당사에서 취재진들 앞에 섰다. 대선이 끝나고 약 두 달만에 공개석상에 나타난 것이었다.
짙은 남색 양복에 당의 상징인 연녹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한 안 전 대표는 침통한 표정과 떨리는 목소리로 사과문을 읽어내려갔다. 그는 모두 발언에서만 5번에 걸쳐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였다.
특히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후보였던 제게 있다", "모든 짐을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 "실망과 분노는 안철수에게 쏟아 내시고 국민의당에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실 것을 호소드린다"면서 책임을 자처했다.
다만 그는 정계은퇴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대신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 "정치인으로 살아온 지난 5년 동안의 시간을 뿌리까지 다시 돌아보겠다"고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최초에 정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전 과정을 다시 돌아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 향후 정치적 거취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밝히지 않았다.
안 전 대표는 메시지를 통해 "이번 사건의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이미 대선 과정에서 국회의원직을 내려놨고, 당에 직책을 맡고있지 않아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것인지는 물음표로 남았다.
거취와 향후 해법이 모호한 가운데서도 안 전 대표는 당의 존재 이유를 상기하며 '다당제'의 가치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을 통해 3당 체제를 만들었다. 국민들께서 역사적인 다당제를 실현해주셨다"며 "하지만 신생정당으로서 체계를 제대로 잡지 못한 한계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로 존폐 위기로까지 내몰린 국민의당도 혼신의 노력을 할 것이라 믿는다. 다당제를 실현해 주신 국민들의 뜻을 준엄하게 받들어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국내에 거주하면서 비공개로 여러 인사들을 만나면서 향후 자신의 거취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들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을 떠나있는만큼 전당대회나 국회 전략 등 당의 공식 행보에는 일절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