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탁 선임행정관에 대한 해임을 청와대에 정식 건의했지만 대체 가능한 인력이 사실상 없고, 탁 선임행정관이 10년 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과거 행적을 극복하기 위한 활동을 해왔다는 것이 주요한 이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현백 장관은 전날 임명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에 탁 행정관에 대한 해임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지난 4일 인사청문회에서 "해임 건의를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청와대는 그러나 탁 선임행정관을 유임시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탁 선임행정관만큼 문 대통령의 철학을 잘 이해하고 이를 행사로 구현할 만한 전문 인력을 찾기가 쉽지 않은 점이 탁 선임행정관 유임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2009년 서울 성공회대에서 열린 '노무현 추모 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에서 문 대통령을 처음 만난 탁 선임행정관은 2011년 7월 '문재인의 운명' 출간 이후부터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도와왔다.
2012년 대선을 앞으로 진행된 문 대통령의 '북콘서트'나 문 대통령의 총선 캠페인, 검찰개혁 토크쇼, 노무현 재단 전국투어 공연 등 수 많은 자리를 함께하며 문 대통령의 철학을 어떤 행사기획자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여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 여권관계자는 "탁 선임행정관을 대체할 사람이 없냐고 하는데 '탁 선임행정관을 대체할만한 좋은 사람이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하면 대형 홍보기획업체 임원이나 고액연봉의 프리랜서를 추천해 준다"며 "그분들이 청와대 선임행정관으로 올 리 만무함은 물론 민간기업이나 시민단체의 행사기획과 청와대의 행사기획은 전혀 다른 성격의 업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대통령 행사는 대통령의 철학을 깊게 이해하고 이를 대중들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탁 선임행정관은 대체재를 찾기 힘든 핵심인력이라는 설명이다.
그가 살아온 인생을 감안해도 10년 전 '실수'로 그를 해임시키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것이 청와대의 주된 인식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탁 선임행정관 자신은 물론 청와대 역시 그의 저서에 표현된 왜곡된 성인식이 문제가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탁 선임행정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난 뒤 과거의 삶을 반성하고 종교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회개한 삶'을 살아온 '돌아온 탕자'와 같은 사람인데 그를 내치는 것은 과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미화 씨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십년 전에 쓴 책 내용이 '여혐' 아니냐며 비판받는 탁현민 씨. 출간 이후 그가 여성들을 위해 여성재단, 여성단체연합회의 행사 기획 연출로 기여해 온 사실을 홍보대사로서 봐온 나로서는 안타까운 심정이다"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인 것.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탁 선임행정관이 정치를 할 사람도 아니고 권력을 바라고 문 대통령을 도운 것도 아니"라며 "서슬 퍼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자신이 옳은 삶을 산다고 생각한 문 대통령을 도왔던 진심을 믿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물론 여권 내부에서 탁 선임행정관을 해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탁 선임행정관의 능력을 인정하고 10년 전 일 때문에 해임하는 것이 과하다는 지적을 수용하더라도 정권 초부터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는 인사를 계속 안고 가는 것이 맞느냐"며 "해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는 인사는 내용적, 절차적 적절성과 무관하게 (무조건) 해임하는 것이 맞느냐"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탁 선임행정관의 역량 등을 고려할 때 정 장관의 해임 건의에 대해서는 청와대에서 "장관의 요청을 무겁게 받아 들인다"며 장관의 위신을 세워주면서도, 탁 선임행정관의 직은 유지시킬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