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정씨는 전날 최씨의 재판이나 자신의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돌연 증인 출석으로 마음을 돌렸다.
정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뇌물수수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여기 나오는데 여러 만류가 있었고 힘든 게 사실"이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그래도 나와야 된다고 생각했다"며 "검사가 (증인) 신청했고, 판사가 받아들여서 나왔다"고 출석 이유를 설명했다.
자신을 증인으로 채택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차례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신문) 끝에 법원이 모두 불구속을 결정한 것에 대한 감사의 '성의'를 표시한 것으로도 보인다.
특히 사실상 기소가 확정적인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법원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도로 관측된다.
다만 '어머니 최씨에게 이야기를 들었다'는 취지로 일관하며 법적 책임을 떠넘기려 하는 모습도 보였다.
정씨는 법정에서 삼성이 '말 세탁'을 주도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그는 2015년 12월 당시 타던 말 '살시도'의 이름을 '살바토르'로 변경한 이유가 삼성의 지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어머니(최씨)가 다른 (승마)선수가 (독일에) 안 왔는데, 삼성 말 타는 것 소문나면 이상한 말 나온다고 했다"며 "제가 공주승마로 논란이 됐던 애라서 또 문제가 생긴다고 삼성에서 이름을 바꾸라고 했다. '우리는 (말) 이름을 바꿔야 한다'면서 화를 내며 난리쳤다"고 말했다.
또 다음해 2월쯤 비타나V를 구입할 당시 가격 협상이나 구입 여부를 결정한 것은 어머니 최씨라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최씨가 "지금 꼭 말을 사야 한다"며 "삼성에서 선수 1명당 그랑프리급 1마리, 그보다 낮은 급 1마리 등 총 2마리를 지원해준다"고 자신에게 설명해 줘 삼성의 지원을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이 증언을 듣던 이 부회장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한 모습으로 쓰고 있던 안경까지 벗고 옆에 앉은 변호인단과 한참동안 귓속말을 주고 받았다.
특히 정씨는 살시도와 비타나 등이 스타샤와 블라디미르 등으로 '말 세탁'되는 과정을 삼성이 몰랐다는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말 세탁 바로 전날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최씨와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전무 등 3명이 만났다는 사실을 독일 승마코치인 크리스티안 캄플라데에게 들었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 캄플라데와의 통화 녹음파일을 제출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삼성 측은 정씨의 증언에 대해 "증거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삼성과 최씨 측의 계약 내용이나 협상 과정을 전혀 알지 못하면서 단지 최씨에게 전해들은 이야기 몇 마디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3차 구속영장 청구를 피하기 위해 특검 측이 원하는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