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는 어머니 최순실씨로부터 "'삼성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 하니까 토 달지 말고 말 이름을 바꾸라'는 말을 들었다"고도 밝혔다.
정씨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진행된 이 부회장 공판에서 출석했다. 전날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지만, 예고 없는 출석이었다.
특검 측 질문 내용과 정씨 증언을 종합해보면, 정씨는 2015년 말 독일 예거호프 승마장에서 황성수 당시 삼성전자 전무를 만났다.
"직접 말 타는 걸 보러 왔다"는 게 황 전무가 정씨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정씨는 어머니 최순실씨에게 "왜 나만 지원받느냐"고 묻자, 최씨가 "그냥 조용히 있어라. 왜 물어보냐"고 화를 냈다고 진술했다.
정씨는 이에 앞서 어머니와 함께 그해 8~9월 사이 구입한 '살시도'라는 말을, 12월 말쯤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최씨에게서 들었다.
"살시도가 국제승마협회 홈페이지에 삼성 소유로 등재됐는데, 삼성에게 정씨만 지원한다고 소문이 나면 시끄러워진다"는 이유를 최씨가 댔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정씨는 살시도를 삼성이 사줬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고, 직접 구입할 수 없느냐고 최씨에게 물으니 "그럴 필요 없이 네 것처럼 타면 된다. 돈 주고 살 필요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정씨는 이듬해였던 지난해 2월 ‘비타나V’ 등 명마를 구입하면서 '삼성이 확정적으로 나를 지원해준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정씨는 비타나V 등이 다시 '블라디미르', '스타샤'라는 말로 바뀌는 과정에 삼성 측이 관여한 사실도 증언했다.
이른바 '말세탁' 하루 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최씨와 당시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 황성수 전무 등 3명이 만났다는 걸 현지 승마코치인 크리스티안 캄플라데에게서 들었다고 했다.
정씨는 독일 말 중개업자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드에게서 “삼성에게서 나에게 줘야할 돈이 있는데 안 들어 온다”며 짜증을 냈던 사실도 증언했다.
"주어가 '삼성'이었냐"는 특검 측의 확인에 "네"라며 당시 들은 말을 영어로도 표현했다.
정씨는 이어 "삼성 모르게 말 교환이 이뤄졌다고 생각하느냐"는 특검 측 질문에 "아니요"라고 강조했다.
정씨는 현지 승마코치 캄플라데와 나눈 통화를 토대로 "말이 바뀌기 전날 코펜하겐에서 엄마, 박상진, 황성수 3명이 만났다고 알고 그렇게 듣고 있었다"며 "원하면 음성녹음파일을 제출하겠다"고 녹음파일의 존재도 직접 공개했다.
정씨는 독일 현지에 최씨가 세운 코어스포츠 대표였던 캄플라데가 독일 말 중개업자-삼성-최씨 사이 거래에 대해 잘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씨는 재판부의 질문에도 "제가 말 바꾼다는 걸 엄마에게 들었을 때 '삼성 측이 바꾸라고 한다'라고 들어서 제 입장에서는 (삼성 측이)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