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중국 바이어들이 최근 속속 입국해 한류 드라마 콘텐츠 라인업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간간이 전화로 문의를 해오던 중국 바이어들이 최근에는 아예 국내에 입국해 드라마 제작사와 한류스타 기획사 관계자들을 잇따라 만나 드라마 판권 시장 조사를 한 것이다.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성 한한령이 1년 넘게 계속되면서 피해가 컸던 한류 콘텐츠계는 이러한 중국 바이어들의 움직임에 희망을 걸면서도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는 입장이다.
한 한류스타의 소속사 대표 A씨는 "중국에서 다시 한류 드라마 수입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맞는 것 같다. 바이어들이 중국 정부가 구매를 시작하라고 했다며 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바이어들은 잘하면 9월께부터 한류 드라마에 대한 수입 쿼터제가 다시 가동되면서 조금씩 닫혔던 빗장이 열리지 않겠냐고 보고 있다"면서 "바이어들은 그때를 대비해 한류 드라마 시장 조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 B씨도 "중국 바이어들이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한류 드라마에 대한 수입 쿼터제가 다시 실시될 것 같다고 얘기하더라"면서 "시장이 다시 열리긴 열릴 것 같다. 다만 시기와 규모는 알 수 없고 다시 열려도 예전 같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바이어들의 문의는 시작됐지만 아직 계약까지 진행되지는 않고 있다. 중국 정부가 다시 한류 드라마에 대해 수입을 검토하라고 했지만 언제 다시 말을 바꿀 것인지, 또는 아예 말을 뒤집을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A씨는 "중국 공산당의 결정이 수시로 바뀐다는 것을 바이어들이 왜 모르겠냐"면서 "사라고 해서 판권을 샀는데 정작 최종적으로 빗장이 안 풀리면 콘텐츠를 사놓고 틀지도 못해 손해를 고스란히 안게 되니 아직 계약까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별도로, 한한령으로 중국에서 철수했던 한국 드라마, 영화 스태프가 다시 속속 중국 콘텐츠 제작 현장에 합류하고 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이미 중국 드라마 현장에 한국 스태프가 대거 다시 합류했다"면서 "다만 그들은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리지 않거나 한국 이름을 숨기는 조건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연일 수많은 콘텐츠가 제작되고 있는 중국에서는 한국 스태프의 제작 노하우가 절실하고, 한국 스태프 역시 일거리를 찾아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이름을 숨긴 채 다시 중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11일부터 중국 후난위성TV와 아이치이, 큐큐, 소후, 망고 등 동영상업체 4곳에서 동시 서비스를 시작한 48부작 드라마 '하지미지'(夏至未至)가 한류업계에서 화제다.
'하지미지'는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 드라마는 '별에서 온 그대'의 장태유 PD를 비롯해 한류 스태프가 주축이 돼 제작한 것이다. 그러나 제작진이 한국인임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대신 중국 스태프의 이름이 제작진 명단을 장식하고 있다.
B씨는 "'하지미지'가 현재 선풍적인 인기인데 이 드라마를 한국 스태프가 만들었다는 사실은 중국에서 숨겨지고 있다"면서 "이런 식으로 제작되고 있는 드라마가 한둘이 아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