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으로 무장한 기계들이 일을 척척 처리하면서 사람의 손은 점점 덜게 됐습니다. 기자도 이번에 코레일과 자회사의 무인화 사업을 취재하면서 4차 산업의 도래를 피부로 경험했습니다.
코레일은 '스마트승차권 자동발매기' 무인발권기를 도입하면서 직원들이 근무하는 매표소를 내년 3월까지 전국 경부선 역사 당 한 개씩만 남기고 모조리 폐쇄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200여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직원들은 어찌할지 제대로된 구상조차 없습니다.
코레일의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도 이미 지난해부터 전국 108개의 주차장을 무인화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주차요금 정산 업무를 맡은 166명의 비정규직 직원 중 대부분은 퇴출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산업의 지각변동에 쓰나미를 맞는 건 왜 항상 우리 사회의 '을'이어야 할까요. 가장 자르기 쉽고, 노조를 통해 목소리를 내기 힘든 비정규직 직원들이 그 첫번째 희생양입니다. 코레일은 지난 1분기 478억의 사업적자를 냈지만 '비용절감'은 오롯이 비정규직의 몫입니다.
무인화 이후 직원들을 어떻게 전환배치 할 건지에 대한 계획도 세우지 않았습니다. 매표창구 폐쇄 계획을 추진한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아이패드를 주고 안내 업무를 맡길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아이패드로 무얼 하는 거냐는 질문에는 얼버무리기 바빴습니다. 다른 업무를 맡는다면 미리부터 교육과정을 밟아야 하지만 커리큘럼조차 없었습니다.
6년을 주차장에서 일하다 그만두기 일주일 일방적으로 계약만료를 당한 이모 씨는 짐을 싸는 도중에 소장으로부터 "무인기계 설치가 완료되기 전까지 아르바이트로 일할 생각은 없냐"는 황당한 제안을 들었습니다. 이 씨는 이날 공기업 직원으로 일했다는 그동안의 자부심이 산산조각났습니다.
쫓겨난 직원들은 당장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보다 정들었던 회사가 자신들을 대하는 태도 때문에 더욱 고통스러웠다고 토로합니다. 직원들 삶이 달린 문제지만 문제를 두고 대화하거나 협상을 하는 등 '사람 취급을 하려는'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아서입니다. '무인화'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도도한 흐름을 거스를 힘이 이들은 결국 부품 취급을 받고 쓸쓸히 퇴장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