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파문' 이언주, 5년 전 행적 보니…

"영양사 중요하다"며 '식품위생법 개정안' 대표 발의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국민의당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가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가진 뒤 취재진과 인터뷰 도중 학교 비정규직 노조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학교 급식 조리사와 영양사 등에 대한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이 불과 수년 전에는 "근로자와 어린이의 건강 보호를 위해 영양사를 필수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은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한 소비자단체로부터 우수 국회의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급식 노동자의 전문성을 평가절하한 이 의원의 최근 발언과는 사뭇 온도차가 느껴진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 때인 2012년 7월 '식품위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집단급식소에서 영양사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 이 개정안의 핵심이었다.

19대 국회 당시 이언주 의원이 발의했던 식품위생법 일부개정법률안.
이 의원은 개정안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 "산업체 집단급식은 많은 근로자에게 식사를 제공함에 따라 급식재료 선정부터 취식까지의 모든 과정에 전문적 관리가 필요하지만 이를 관리하는 영양사 배치가 의무화되어 있지 않다"고 적었다.

이어 "산업체 집단급식소에 식중독 발생 방지와 식품위생안전, 근로자 건강 증진에 필수적인 급식 및 영양관리를 위해 영양사를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는 5년 전만 하더라도 이 의원이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영양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며 전문 직종'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 법안은 상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집단급식소에 조리사를 의무적으로 고용한다'는 내용 등이 추가돼 지난 2013년 4월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같은 해 이 의원은 의정보고서에서 해당 법안 가결이 자신의 성과라고 홍보했다.

이언주 의원의 2013년 의정보고서. 밑에서 네 번째 문장이 '식품위생법 개정안'의 본회의 가결 성과를 홍보하는 내용이다.
이듬해 이 의원은 한 소비자단체로부터 상까지 받았다. 소비자 보호에 힘쓴 '우수 국회의원'에게 수여되는 상이었다. 주최 측은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포함한 소비자 관련 법안 9건을 발의한 공로를 인정해 이 의원을 우수 국회의원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식품위생법 개정안에 이어 2014년 1월에는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에 등록된 집단급식소 중 100명 미만의 급식소는 영양사를 두지 않아도 되는 현행법을 손질하자는 것이었다.

이 의원은 급식 1회당 50명 이상 100명 미만의 집단급식소의 경우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소속 영양사 1명이 급식소 2곳을 공동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법안 제안 배경에 대해서는 "어린이들의 신체적 성장기에는 건강의 기초가 되는 영양식단의 제공과 위생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당 당사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 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준비위원회 관계자들이 노동자를 비하한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의 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하지만 이같은 입법 활동의 취지가 무색해질 정도로 이 의원은 최근 급식 노동자들을 향해 수위 높은 비하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달 29일 이들이 정규직과의 차별 해소를 주장하며 벌인 파업이 아이들의 밥 먹을 권리를 해쳤다는 이유에서다.

이튿날 이 의원이 SBS 기자와 통화한 내용에는 파업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그냥 동네 아줌마다. 옛날 같으면 조금만 교육시키면 되는 거다", "솔직히 말해서 조리사라는 게 아무것도 아니다", "미친 X들이다"라고 폄하하는 발언이 담겨 있다.

파문이 확산되자 이 의원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급식조리사뿐 아니라 영양사, 요양사, 조무사와 같은 직종의 분들을 폄하한 것이 아니었다"고 밝혔지만,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국민의당에 이 의원의 제명과 함께 당 차원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고혜경 수석부위원장은 "원래 이 사람의 마음 속에 약자를 무시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진심이 돼서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며 "(비판) 여론이 커지니까 가식적으로 수습하는 차원에서 사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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