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보험사기 혐의 189명 적발해 경찰 통보…사기금액 457억원
한꺼번에 여러 개 보험에 가입하고 허위 입원해 보험금을 타낸 '나이롱 환자'들이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보험사기 혐의자 189명을 경찰에 통보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들이 타낸 보험금은 457억 원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한 부부와 자녀 등 4명은 최근 10년간 전국 병원 20여 곳을 다니면서 120차례 입원했다. 입원 일수에 따라 돈을 주는 보험계약을 이용해 7억 원을 받고, 이를 생활비 등에 썼다.
이들은 사실상 정상적인 생업 활동을 하지 않은 채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다시피 했다. 과거에도 보험사기를 저질렀지만,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지자 활동을 재개했다고 금감원은 전했다.
마을 주민 수십 명이 한꺼번에 허위 입원하거나 가벼운 증상에도 큰 통증을 호소하는 등의 수법으로 30억 원 넘는 보험금을 타낸 사례도 있었다.
전남 광양에 사는 이들은 사채업자에게 진 도박 빚 등을 갚을 길이 없자 보험금을 타내 빚을 갚기로 했다. 사채업자가 채무자들에게 범행을 제안했으며, 그 역시 보험사기 전력이 있었다.
보험계약 구조를 잘 아는 전직 보험설계사, 의사, 병원 사무장 등과 공모해 허위 입·퇴원을 반복하는 수법으로 50억 원 넘는 보험금을 타낸 보험사기단도 적발됐다.
금감원은 생명·장기보험 상품 여러 곳에 가입한 사람들이 이 같은 보험사기를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이들 상품은 입원 등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하면 정해둔 금액을 지급하는 '정액보험'이다.
하루 입원에 5만∼10만 원을 주는 상품에 복수 가입하는 수법으로 80만 원 넘게 받을 수 있도록 보험이 설계된 사례마저 있었다.
오래 입원할수록 '일당'을 많이 받는 만큼, 이들은 가벼운 증상에도 허위 통증을 호소하거나 병원을 바꿔가며 장기간 입원했다.
"산에서 허리가 삐끗했다"거나 "신발을 신는데 발이 아프다"는 등의 구실을 대 입원하고, 2주일 정도가 지나면 퇴원해 다른 병원에 같은 증상을 호소하며 입원하는 식이었다.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 최환 팀장은 "단순 허리염좌 등 경미한 병증이라도 허위 통증 호소 등으로 의사를 속이면 1∼2주 단기 입원을 쉽게 할 수 있다"며 "이를 악용해 병원을 돌아다니는 '병원 투어'를 했다"고 말했다.
병원들 도덕 해이도 한몫했다. 허위 입·퇴원 서류를 발급하는 등 과잉 진료를 조장하는 '사무장 병원'이나 외출·외박 관리가 허술한 '문제 병원'이 있어 보험사기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적발된 한 혐의자는 사무장 병원 4곳을 골라 허위 입원하는 수법으로 50여 차례에 걸쳐 500일 이상 반복 입원, 2억 여원 보험금을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보험사기 '단골 메뉴'는 자동차보험이었다. 폐쇄회로(CC)TV와 블랙박스 등 교통사고 감시 수단이 늘자 전체 보험사기에서 자동차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50.2%에서 지난해 45.0%로 줄었다.
그러자 자동차보험 대신 허위·과다 입원으로 정액보험금을 노린 보험사기 비중이 지난해 51.6%로 커졌다고 금감원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