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지난 4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위해 독일로 출국하기 직전 송.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를 재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한 사이 국회는 파행을 거듭하면서 두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은 무산됐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을 빌미로 국민의당이 국회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두 정당은 계속해서 '설전'(舌戰)을 벌이고 있다. 추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당 대선공작 게이트는 국민을 속인 것이고, 피해자는 국민"이라며 "민주주의를 짓밟고 헌정을 유린한 죄에 해당한다"고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어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에게는 "이준서 전 최고위원 간의 통화기록이 들통났다"며 "36초간 짧은 통화에서 주고 받을 게 뭐 있냐고 하지만, 확인을 하는데 36초면 충분하다고 보여 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대중의 적자라는 박지원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의 양심에 따른 행동과 정치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우리 당에서 더이상 '추'자를 꺼내지도 않기로 해서, 앞으로 '미애 대표'라고 부르겠다"며 "미애 대표는 미필적 고의를 운운할 자격도 없다"고 비아냥댔다.
박지원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추 대표의 이성 회복을 촉구하며 검사의 역할은 담당 검사에게 맡기고 집권 여당 대표의 역할만 하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실타래처럼 얽힌 여야 교착국면에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 출국 이전에는 국정운영과 민생을 명분으로 송·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는 기류가 강했지만, 국민의당까지 완전히 등을 돌리는 등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두 후보자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중은 이날 오전에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모두 발언을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모두 강행하지 않을 경우, 얼어붙은 여야 교착국면이 풀릴 가능성도 관측된다.
국회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국민의당은 우선 이날 국무회의 등 청와대 오전 일정을 지켜본 뒤 오후에 의원 총회를 열어 향후 대응 방침을 정한다는 계획이다.
최명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내일 본회의에 상정될 대법관 임명동의안은 우리 당이 참여한 가운데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상황이기 때문에 동의안을 어떻게 할 것인지 내부 논의가 있었다"며 "송·조 후보자 임명 강행 여부 등 가변적 상황을 지켜본 뒤 다시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의 한 3선 의원은 "음주운전과 같은 신상 문제를 떠나서 조 후보자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또 다른 재선 의원도 "민주당에 호의적인 정의당조차 반대하는 인물 아니냐, 청문회 때 대답하는 걸 봐도 노동에 대한 신념이나 철학이 부재해보였다"라며 "조 후보자 카드는 청와대가 거둬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송 후보자는 북한의 도발에 따른 안보 정국에서 국방장관의 공백이 장기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에 상대적으로 낙마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있다.
한편 11일은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이 서울 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는 날이다. 이 전 최고위원의 구속 여부에 따라 국민의당의 입지와 국회 상황도 변할 가능성이 있어,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