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오른 세월호 엄마들 "이웃 때문에 울고 웃었죠"

[노컷 리뷰]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제공 사진)
“TV도 안 봤어? 그 사람들 몇 억씩 받았다고 하잖아. 10억인가, 20억인가.”
“누구는 돈이 없어 난린데, 누구는 돈벼락 맞고 좋겠어.”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이면 무시라도 하지. 며칠 전만 해도 ‘언니 동생’하며 밥도 같이 먹던 이웃이나 직장 동료에게 들으니 이건, 한 마디 한 마디가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힌다.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이웃에게 한번쯤은 들었을 법한 그 비수같은 이야기들을 대사로 차용했다. ‘들었을 법’이 아닌, '실제로 들은' 이야기들이다.

유가족들이 특별법을 통해 대학 특례 입학과 공무원 가산점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단식하는 사람은 딸이랑 평소 살지도 않는데 보상금 때문에 단식을 하고 있는데 알고보니 민주노총 간부 출신이다 등등. 여기에 세월호 침몰을 교통사고에 비유하는 것 역시 절대 빠지지 않는다.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제공 사진)
이 유언비어들은 카톡과 SNS를 통해 퍼지고 또 퍼졌다. 그 속도는 너무 빨랐다. 진실을 찾자는 목소리가 쉬이 가려질 정도였다. 진상규명을 하자는 목소리를 내기도 바쁜 유가족들은 어느새 루머와 싸워야 했다.

이런 루머를 받아 다시 퍼트리는 사람들도, 어디서 들은 것은 있어 ‘유언비어라던데…’라며 의심은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니 뗀 굴뚝에 연기 나겠어’라며, 조금 과장은 됐어도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닐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유가족들은 자식을 잃은 슬픔도 치유하지도 못한 채 이웃들에게 2차, 3차 가해를 당해야만 했다.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제공 사진)
하지만 전혀 다른 이웃도 있었다. 그들은 아픔을 이기고 살아갈 힘을 줬고, 따듯한 말 한마디와 변함없는 관심을 건넸다. 위로가 되고 웃음을 주는 이웃이었다.

이 연극 무대에 배우로 선 이들은 실제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의 엄마들이다. 이들은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으로 활동한다.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은 지난해 ‘그와 그녀의 옷장’으로 한번 무대에 올랐다.

전작에 이어 이번 작품 역시 코믹 소동극이다. 코믹한 장면과 대사에 웃음이 절로 난다. 하지만 배우가 세월호 엄마들이라는 생각이 들면, 웃다가도 괜히 머쓱해지고 미안해진다.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제공 사진)
그나마 코믹극이라 다행이다. 진지한 정극이었다면, 그 비수같은 대사가 나올 때는 억울하고 화가 나서, 위로의 대사가 나올 때는 그 따뜻함에 못 이겨 공연 중 관객뿐만 아니라 배우까지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르겠다.

연극에는 유가족들이 이웃에게 전하고 싶은 바람이 담겼다. 바로 우리 함께 이러한 이웃이 되자는 것이다. 부녀회장 역을 맡은 배우 최지영 씨(순범 엄마)는 “나의 이웃에게 관심이 없던 분들고 연극을 통해 진정한 이웃이 어떤 이웃인지 다시한번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연출가 김태현 감독은 "4·16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중 하나로 우리는 4·16 이후의 '이웃'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아픔에 자연스레 공감하는 문화, 누군가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당연히 힘을 모으는 공동체 문화가 만들어져야, 세월호를 겪은 사회다운 면모가 만들어질 거라 생각한다. 이 공연이 그런 문화를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한편,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는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를 시작으로 8월 13일까지 연극 8편을 선보이는 '세월호 2017'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혜화동1번지 6기 동인'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플레이티켓 홈페이지에서 '세월호'를 검색하면 자세한 공연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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