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 딸 "시간 걸려도 아버지를 꼭 고향에 모시고 싶어"

김정숙 여사 독일 묘소참배 계기 조심스럽게 거론…통영시장 "현 상황 거론 바람직하지 않아"

"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시간이 걸릴지라도 아버지를 꼭 다시 고향 땅에 모시고 싶습니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세계적 음악가 윤이상(1917∼1995)의 딸 윤정(66) 씨는 9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다소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어조로 이같이 말했다.

경남 통영이 고향인 윤이상은 박정희 정권 때인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다시는 고향을 찾지 못했다.

윤이상은 서울구치소 수감 당시 서독 정부의 항의, 세계적 음악가들의 구명 운동 덕분에 2년 만에 석방됐지만 이후 서독으로 옮겨가 귀화했다.

이후에도 재독 동포 오길남에게 탈북을 권유했다는 논란 등이 불거지며 한때는 한국 땅에서 그의 음악이 연주되기조차 쉽지 않았다.

윤이상은 사망 이후 현재까지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안장돼 있다.

윤정 씨는 "언제나 마음으로는 아버지를 고향에 모시고 싶었지만 그동안 반대하는 쪽이 너무 많고 분위기가 안 좋아 섣불리 말을 꺼낼 수조차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독일 방문 중 아버지 묘소를 참배하고 통영에서 공수해간 동백나무 한 그루를 묘비 앞에 심는 걸 보면서, 이걸 계기로 앞으로 수월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버지 무덤을 단순히 가족인 우리가 모셔 오고 싶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다. 통영시는 물론이고 윤이상평화재단, 독일 쪽과도 협조를 구해 추진해야 한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윤정 씨는 "1995년 베를린시가 유공자 묘지에 있는 아버지 무덤을 이전하지 않겠다는 문서에 사인하라고 해서 했다"며 "당시는 사인할 수밖에 없었지만 독일에서도 아버지를 고향에 묻고 싶다는 가족의 요청을 결국 받아들여주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있었다"고 했다.

"외부에 너무 시끄럽지 않게 추진하려고 한다"는 그는 "일단 오는 9월 아버지 묘소를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루아침에 쉽게 풀릴 일은 아니지만 충분히 될 수 있는 문제"라고 여지를 남겼다.

통영시는 이와 관련,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김동진 통영시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베를린시 정부 등과 협의해야 하는 문제도 있고 선생의 삶에 대해 논쟁이 될 만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묘지 이전 문제를) 거론하는 건 일을 진행시키는 데 바람직하지 않은 걸로 본다"고 역시 조심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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