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선 홍 대표가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대구지역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치를 것이란 전망이 급부상하고 있다. 확실한 지역 기반을 통해 내부적으론 원외(院外) 당 대표의 한계를 극복하고, 밖에서 조여오는 목줄인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신속히 털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
그러나 홍 대표의 앞길에 친박계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친박은 홍 대표에 의해 '구박(舊朴‧옛날 친박)'이라고 치부되는 와중에도 그의 당직 인선을 비판하며 치받았다. 향후 지방선거 공천 등의 과정에선 본격적인 충돌 전망이 제기된다.
◇ 與 비판 못하는 洪,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 전략
홍 대표는 일단 내부의 적을 조준하고 있다. 지난 3일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뒤 "내부총질은 안 된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육참골단(肉斬骨斷)'의 각오를 밝혔다. 내 살을 내어주더라도 상대의 뼈를 끊겠다는 것으로 여권과의 일대 전투에 앞선 내부 혁신을 강조한 말이다.
한국당 내부에서 혁신은 곧 '물갈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홍 대표 스스로 현역의원 청산은 힘들다고 했듯이 각 지역구의 원외 위원장들이 청산 대상이다. 핵심 당직자는 8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능력 없는 지역구를 솎아낼 것"이라며 "(총선에서) 당선될 능력도 없으면서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하게끔 용인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선 지난해 총선과 올해초 비대위 체제 등을 거치며 친박의 천거를 받아 지역구를 물려받은 몇몇 비례대표 의원 등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홍 대표가 주장하는 ‘혁신’과 ‘친박 청산’이 서로 맞물려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홍 대표가 내부부터 겨냥하는 배경에는 '나부터 살고보자'는 전략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야권 관계자는 "'아생연후살타'라는 말이 있듯이 바둑으로 치면 홍 대표가 자기 집부터 살리고 나서 적진으로 향하려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런 가운에 고(故)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와중에 수사 담당자였던 문무일 부산고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는 등 악재가 쌓이고 있다.
홍 대표로선 일단 생존을 위해 당내 주도권과 현역의원 '뱃지(badge)' 등 내부 기반 마련이 시급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홍 대표가 대여(對與) 관계에서 타협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모습마저 관찰되고 있다. 장관 임명과 추경 등에서 한때 '불가피성'을 역설했다가, 정우택 원내대표에 의해 보다 강경한 '국회 보이콧'으로 당론이 뒤집히기도 했다.
◇ 'TK 목장' 누가 갖나…親朴과 경쟁 불가피
홍 대표가 '롱런'을 위해 궁극적으로 접수해야 하는 요충지는 TK라는 것이 당 안팎의 전망이다. TK는 내년 6월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 등에서 보수진영이 그나마 선전할 수 있는 몇 안 남은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이 지역의 원래 주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지역 맹주 자리를 놓고 홍 대표와 친박이 한 판 승부를 치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전대와 최근 당직 인선 등 최근 국지전에선 홍 대표가 앞섰다. 측근 이철우(3선‧경북 김천) 의원을 지도부에 입성시켰고, 대구 지역 의원 중 상당수가 홍 대표에게 우호적인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다.
여기에 수도권 등의 원외 지역까지 접수하게 되면 지방선거 공천권의 안정적 행사를 위한 친정체제 구축이 완성된다. 홍 대표의 진로와 관련해선 대구지역 현역 야권 의원을 대구시장 후보로 공천하고, 그 빈자리에 자신이 보궐로 출마하는 방안이 서울 지역 재‧보궐 출마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친정체제 구축과 공천권, 국회 재입성 등의 절차가 착착 진행되리란 보장은 없다. 특히 보궐 출마의 경우 당 대표 임기 내에 단행해야 하기 때문에 ‘셀프 공천’ 시비가 붙을 수 있다. 이와 관련 홍 대표는 자신의 출마설(說)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친박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TK에는 친박의 좌장 격인 최경환(4선‧경북 경산) 의원이 버티고 있고, 수도권에선 서청원(8선‧경기 화성갑) 의원이 넘어야 할 산이다. 경기에 지역구를 둔 원유철(5선‧평택 갑), 홍문종(4선‧의정부을) 의원 등은 이미 홍 대표의 인사 방침에 대해 '분열', '퇴행' 등으로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