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처벌 법규가 헌법위반?…헌재 판단은 "합헌"

"성적 수치심은 모호한 개념" 헌소에 "상대적 개념일 수밖에 없어"

(사진=자료사진)
'몰카' 범죄의 처벌 규정이 '성적 욕망과 수치심'이란 모호한 개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헌법소원에 헌법재판소가 '법규에 아무 문제 없다'는 결정을 내놨다. 법적 기준이 다소 추상적일지라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게 헌재 판단이다.

헌법재판소는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한 성폭력처벌법 14조(옛 13조)에 대해 합헌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사건 청구인은 여자화장실에서 휴대전화 카메라로 소변을 보는 여성을 촬영해 유죄가 선고되자 "성폭력처벌법 조항이 막연한 개념을 사용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지난해 12월 비슷한 취지의 결정을 한 선례를 변경할만한 사정이나 필요성은 없다고 봤다.

헌재는 당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는 구체적, 개별적, 상대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개념"이라며 "사회와 시대의 문화, 풍속 및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수시로 변화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처벌조항에 다소 개방적이거나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해 그 의미를 법관의 보충적 해석에 맡긴 점도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다. 법원이 이에 대해 합리적 기준을 제시해 판단하고 있다는 점도 헌재 결정에 반영됐다.

강일원, 조용호 재판관 (사진=자료사진)
반면, 강일원‧조용호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은 주관적 감정이 개입되는 상대적 개념"이라며 "성적 호기심을 발동시키거나 단순히 부끄러움과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면 충분한지, 아니면 '음란'처럼 존엄성과 가치를 훼손하는 정도여야 하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법관에 따라 유무죄 판단이 달라지거나, 자의적으로 해설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실제 '몰카' 처벌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두고 적지 않은 논란이 일고 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까지 뒤따라가 몰래 여성의 상반신을 스마트폰으로 찍었더라도 노출이 적은 옷차림이었다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본 지난해 1월 대법원 판결이 대표적이다.

당시 가해자의 스마트폰에서는 약 5개월 동안 지하철 등지에서 여성의 상반신과 다리 등을 찍은 사진 210장이 발견됐는데, 1심 무죄와 2심 유죄에 이어 대법원에서 다시 한 번 결론이 뒤바뀌었다.

대법원은 "피해 여성의 옷차림이 목 윗부분과 손을 제외하고는 외부로 노출된 신체 부위가 없었고, 얼굴을 뺀 상반신 전체가 찍힌 사진에서 특별히 가슴 부위를 강조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와 같은 연령대의 일반적인 여성의 관점에서 (해당 사진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이 같은 대법원 판결은 '무조건 처벌하는 게 오히려 위험하다'는 의견과, '통념과 달리 법만 좁게 해석했다'는 반론을 동시에 불러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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