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의 첫 작업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분명한 선 긋기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축구는 최근 과감한 변화에 나섰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이후 지난 2년 9개월간 축구대표팀을 이끈 독일 출신 슈틸리케 감독을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하고 신태용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신태용 감독은 슈틸리케 감독 체제의 대표팀에서 사실상 수석코치 역할을 맡았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대표팀을 이끌고 16강에 진출하기도 했다. 리우 올림픽과 20세 이하 월드컵에 이어 다시 한번 신태용 감독은 한국 축구의 ‘소방수’ 역할을 맡았다.
앞서 리우 올림픽, 20세 이하 월드컵을 치르며 분명하게 자신의 능력을 선보였던 신태용 감독이다. 이제는 고대하던 축구대표팀에서 기회를 얻었다. 이미 슈틸리케 감독 부임 전 감독대행을 맡아 대표팀 선수들을 지도했고, 이후 코치로 함께 했던 신 감독이라는 점에서 현재 대표팀 선수들과도 낯설지 않다는 점에서 최종 낙점됐다.
신태용 감독은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이후 처음으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전임 슈틸리케 감독과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특히나 부진한 성적 탓에 경질된 슈틸리케 감독이라는 점에서 신태용 감독은 더욱 단호했다.
전임 감독 체제의 대표팀을 평가해 달라는 물음에 그는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그의 답변은 명쾌했다. “슈틸리케 감독과 나는 성격도, 스타일도 다르다”는 말로 입을 연 신태용 감독은 “옆에서 (슈틸리케 감독을) 모시며 봤던 문제는 전술 부재”라고 꼬집었다.
선수 선발 기준도 신태용 감독은 슈틸리케 감독과는 분명 달랐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 선발 기준으로 ‘소속팀에서 꾸준히 활약하는 선수’를 내걸었다. 이 때문에 소속팀 내 주전 경쟁에서 밀렸던 일부 선수가 대표팀에서 탈락하는 등 변화가 잦았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내 머리 안에는 꼭 해외파라고 해서 무조건 뽑는다는 것은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에 못 나가면 뽑지 않는다 했지만 나는 경기에 나가지 못해도 팀에 필요하다면 뽑는다. 신태용 축구에 맞는다고 생각하면 경기에 못 나가도 뽑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감독의 전술, 전략이 있기 때문에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선수도 뽑을 것이다. 내 축구에 맞는 선수를 뽑아서 이길 수 있는 전술과 전략을 준비하겠다”고 분명한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분명한 자신감을 선보인 신태용 감독이지만 정작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다음 달 28일 경기도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로 대표팀을 소집해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을 치른다. 그리고는 곧바로 우즈베키스탄으로 이동해 9월 5일 마지막 원정 10차전으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해야 한다.
신태용 감독은 “2014년 9월 감독대행을 맡아 우리 선수들을 직접 지도하고 느낀 것은 좋은 컨디션과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은 짧은 시간에도 좋은 전술, 전략만 주입한다면 스펀지같이 빨아들인다”라며 “짧은 시간에 강하게 주입시켜 원하는 축구를 하도록 하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자신이 약속한 무실점 승리에 강한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