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은행이 있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이 은행. 그렇다고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건 아닙니다.
상환 능력보다 그 사람에게 돈이 얼마나 필요한지 따지고, 죄목도 따집니다. 성범죄나 폭력, 음주운전 등의 경우는 대출 심사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생활고로 벌금 낼 돈이 없어 교도소에 가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이자·무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장발장 은행'
조건 없이 빌려준다고 해서 사람들은 넙죽 받지 않습니다. 어려울 때 손을 잡아 준 장발장 은행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천천히나마 돈을 갚아가고, 어떤 사람은 상환 기간보다 일찍 돈을 갚기도 합니다. 일반 시민들의 성금으로 운영되는 이 은행은 한 번도 돈이 없어서 대출을 못해준 적도 없습니다.
"형법 제69조(벌금과 과료) ①벌금과 과료는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 내에 납입하여야 한다. 단, 벌금을 선고할 때에는 동시에 그 금액을 완납할 때까지 노역장에 유치할 것을 명할 수 있다."
1953년 제정 이후로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은 조항. 가난이 죄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장발장 은행'은 생계형 범죄자에 한줄기 '빛'의 역할을 합니다.
장발장 은행의 운영진인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내일이라도 문 닫았으면 좋겠어요. 장발장 은행이 사회에서 해야 될 역할을 다하고, 더 이상 장발장 은행이 필요하지 않아서 문을 닫는 게 저희 목표고요. 하루라도 빨리 폐업하는 게 저희 소망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