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종편 4개가 너무 많다'는 발언을 하면서 방송가에 파장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종편 4개 중 한두 개의 승인을 취소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에서부터 '어지러운 방송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이효성 방통위원장 후보자, 왜 종편 4개 많다 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이효성 후보자는 종편과 관련해 "제가 방송위원회에 있을 때 종편 1개 정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검토까지 했다"면서 "하지만 우리 방송시장 상황이 4개까지 수용할 만한 상황이 아닌데 (한꺼번에 도입이 되면서) 지상파와 종편 모두 어려워지도록 시장이 왜곡됐다"고 강조했다. 물론 "(종편) 도입 자체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라고 부연 설명을 하기도 했다.
이효성 후보자는 "현안들이 많지만, 기본적으로 방송법 제5조, 6조에 나와있는 방송의 공정성, 공공성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방송이 되도록 해야한다. 어떤 사람들은 방송 개혁을 무언가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고 정상으로 되돌아가는 것,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말했다.
= 그렇게 해석하는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이효성 후보자가 종편 4개가 너무 많으니 두 개로 줄여야 한다거나 그렇게 언급하지는 않았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효성 후보자의 말은 종편이 많이 생기면서 방송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취지의 원론적인 발언에 불과하다"며 "확대해석을 말아달라"고 말했다.
종편을 줄이겠다는 건 이효성 후보자나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대선후보 시절 한 말이다.
홍 대표는 지난 4월 30일 인천유세에서 "종편은 제가 당대표 할 때 민주당과 싸워서 만든 건데 죄다 편파방송만 하고 있다. 종일 편파 방송한다고 '종편'이다"면서 "전파낭비에 쓸모없는 소식으로 하루 종일 편파방송만 해댄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집권하면 종편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 종편을 만들 때는 지상파TV의 힘을 빼서 보수신문처럼 또는 미국의 폭스TV처럼 만들겠다는 의도로 종편을 4개나 만들도록 했다.
그런데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 때 종편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관련 뉴스를 하루종일 보도하면서 국민의 여론을 돌아서게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다. 국정농단 이전에는 충실하게 정권의 입장에서 새누리당의 편에서 방송을 했지만 국정농단 사태 이후에는 그렇지 않으니까 종편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한 것이다.
'종편 4개가 많다'는 이효성 후보자의 발언이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의 방송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종편 4개가 많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재승인 심사를 받아야 하는 종편이 있고, 또 조건부로 재승인을 받아서 조건이행여부를 점검 받아야 하는 종편이 있기 때문이다.
▶ 올해 재승인 심사를 받는 종편이 어디냐?
= MBN이 올해 11월 30일까지 재승인 심사를 받아야 한다. JTBC와 채널A는 올 3월 재승인을 받았고 TV조선은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MBN에 대한 재승인 심사절차를 통해 새정부의 종편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MBN의 경우 다른 종편들과 재승인 심사기준은 동일하겠지만 좀 더 엄격하게 심사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정서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종편들의 재승인 심사가 이뤄진 올 3월에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전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방통위에서 심사를 했지만 이제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라는 얘기다.
그래서 종편에 대한 심사는 앞으로 엄격해 질 것이고 그 첫 사례 시범케이스가 MBN이 될 것이라는 얘긴 것이다.
= 그런 얘기를 듣기는 했다. 그건 TV조선이 올 3월 재승인 심사에서 기준점수에 미달해서 조건부로 재승인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TV조선은 총점 1000점 가운데 재승인 기준 점수 650점에 못 미치는 625.13점을 받았다.
그런데도 방통위는 재승인을 해줬다. 대신에 TV조선에 조건을 부과했는데, △생방송 시사 프로그램 축소, △1년 동안 법정제재 3차례 받으면 프로그램 폐지, △다른 종편에서 제재받은 진행자·출연자 출연 배제, △진행자·출연자 때문에 법정 제재를 받는 경우 해당 진행자·출연자를 모든 프로그램에서 출연정지 한다는 조건도 있다.
이와함께 종편 공통으로 △(방송 심의에 따른) 법정 제재를 매년 4건 이하로 유지할 것, △뉴스·탐사보도·시사논평·토론대담 장르의 프로그램은 스스로 제시한 비율 이내(33.3% 이하)로 편성할 것, △방송심의 규정 위반을 방지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투명한 검증기구를 구성해서 운영할 것 등의 조건을 부과했다.
TV조선은 올 연말까지 조건 이행여부에 대한 중간보고서를 내야 하는데 조건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방통위는 시정명령을 하게 되고, 6개월 단위로 재승인 조건 이행여부를 점검 받아야 한다.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방통위는 곧바로 영업정지를 결정하게 되는데, 광고영업을 정지 시킬수도 있고, 방송영업을 정지시킬 수도 있다. 심할 경우에는 승인을 취소할 수도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전에는 시정명령 -> 과징금 부과 -> 승인취소 절차를 밟도록 했지만
과징금 부과를 제외했다"면서 "4월에서 12월까지 8개월간 이행결과를 점검해서 재승인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면 바로 이행명령 시정명령이 내려지고, 6개월 단위로 이해점검에 들어간다. 6개월 뒤에도 재승인 조건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승인 취소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 법과 제도에 있으니까 할 수는 있다. 전직 한 방통위 상임위원은 "이론적으로는 종편의 승인을 취소 할 수 있다"면서도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 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종편의 소유주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등 신문사이기 때문에 승인취소를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전면전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종편의 승인을 취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모든 걸 걸어야 할텐데 그렇게 되면 승인을 취소하게 되더라도 잃는게 너무나 많은 '상처뿐인 영광'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민기 숭실대 교수는 "이 후보자의 언급은 원론적인 수준으로 종편의 승인을 취소하겠다는 의미는 아닌 걸로 보인다"면서도 "앞으로 종편에 대한 평가나 재승인 심사를 철저히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종편을 문 닫게 하겠다는 건 아닌 것 같고, 원론적 입장에서 종편 특혜를 일정부분 조정해서 지상파와 종편이 공정하게 경쟁하게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효성 후보자는 왜 '종편 4개가 많다'고 했을까?
= 첫 번째는 실제로 종편 4개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언론학자들은 종편이 출범할 때부터 4개는 너무 많다고 비판해 왔다.
종편을 승인할 당시 최시중 위원장은 "90년된 신문 2개와 50년된 신문 2개 중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줄 수 있겠나"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필요에 의해서 4개를 허가한 것이 아니라 보수성향의 신문들에게 특혜를 줬다는 걸 시인한 것이다.
이렇게 무리하게 종편 4개를 승인하면서 방송시장이 교란된 측면이 강한 게 사실이다.
반면에 지상파방송의 광고는 2011년 2조 3천억원(23,616억원)에서 2016년 1조6천억원(16,182억원)으로 감소했다.
▶ 지상파만 계속 봐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 그런 취지의 얘기가 아니다. 어차피 신문이나 방송의 광고매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런데 종편을 4개나 한꺼번에 내주면서 급속하게 지상파방송의 광고매출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지상파방송의 광고매출 감소는 필연적으로 콘텐츠의 질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시청자의 피해로 이어진다.
이 후보자가 "한꺼번에 (종편)4개가 도입하면서 시장이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고, 이로 인해 지상파가 어려워지고 광고시장이 교란됐다"고 지적한 이유인 것이다.
두 번째는 종편의 특혜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지상파와 종편이 공정한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본다"면서 "종편에 주어진 특혜 그런 것들을 폐지해서 공정한 경쟁이 되도록 바로잡자는 의도로 본다"고 말했다.
종편 특혜는 지상파와 달리 중간광고를 할 수 있고, 1사1랩으로 사실상 방송사가 직접 광고영업을 하고 있으며, 유료방송채널로는 이례적으로 10번대 황금채널 배정과 의무전송을 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지상파는 그래도 광고를 대행판매로 하는데 종편엔 그런 제도조차 없었기 때문에, 광고 시장 질서가 교란된 상황이 초래된 거 아닌가 싶다"면서 "이것도 비정상적인 상황인데 정상적인 상황으로 복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적극적으로 여론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정부의 방송정책이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종편을 처음에 인가해 만들었을 때에는 초기의 육성·정착을 위해 지상파와는 조금 차별화하는 혜택을 줬었다"면서 "종편이 일정시기마다 재인가를 받을텐데, 재인가의 기준과 요건을 엄격하게 잘 심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를 했다.
이효성 후보자의 종편 4개가 너무 많다는 발언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종편에게 더 이상의 특혜는 없을 것이라는 걸 분명히 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방통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 후보자의 언급이 원론적인 수준인 건 맞지만 지금까지 누구도 그런 원론적인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그런 언급을 한 '뜻'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네 번째는 부당한 종편들의 형태를 그대로 두지는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닐까? 하는 분석이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가 이런 얘길 했다. "최근에 경제계 인사들을 종편들의 협찬영업이 도를 넘고 있으니 바로잡아달라는 요구가 많다"는 것이다. 신문을 통한 압박이 너무 쎄다고 하소연 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경제인들은 "종편이 정부로부터 허가(승인)을 받았는데 불법적인 협찬영업을 해도 되느냐 이 부분을 완화하거나 해소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관계자는 "종편 특히 TV조선이 그렇다고 한다"면서 "광고매출이 515억원인데 협찬이 530억원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중동매 중 특히 TV조선의 압박이 특히 심하다"면서 "채널A는 시정명령을 받은 뒤 많이 약화가 됐고, JTBC는 제일 약하며, 강도로 보면 TV조선과 MBN이 가장 쎄다"고 말했다.
방통위의 고위관계자는 "앞으로 이런 불합리한 점을 개선해서 질서를 바로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