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중 뇌파 조절해 학습 기억력 2배 높인다

광유전학 방법으로 수면방추파 등 세 가지 뇌파 동조 성공

(사진=자료사진)
국내 연구진이 수면 중에 뇌파를 조절하면 학습 기억력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신희섭 단장 연구팀이 이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팀은 수면 중에만 나타나는 세 가지 종류의 뇌파가 동시에 발생해 동조 상태를 이루면, 학습한 내용의 장기 기억력이 증진됨을 증명한 것이다.

뇌의 해마 부위에서 담당하는 장기 기억은 수면과 상관관계가 있다. 학습 후 잠을 자는 동안 학습에 대한 기억이 강화되는 현상이 이를 뒷받침한다. 일부 연구자들은 숙면을 돕는 수면방추파라는 뇌파가 기억 형성에도 관여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해왔으나 수면방추파와 장기기억 간의 정확한 인과관계는 밝혀진 바가 없었다.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진은 수면방추파 외에 대뇌피질의 서파(Slow oscillation)와 해마(Hippocampus)의 SWR파(Sharp wave ripples)가 학습과 기억에 관여하는 뇌파로 알려져 있는 것에 착안해 이 세 가지 뇌파가 상호작용할 것으로 보았다. 이에 따라 빛을 받으면 나트륨 이온 채널을 여는 채널로돕신을 생쥐 간뇌의 시상 신경세포에 발현, 생쥐 머리에 꽂은 광케이블을 통해 빛으로 수면방추파 발생을 유도하는 광유전학적 방법을 이용했다.

연구진은 세 종류 뇌파의 분포 양상을 분석한 결과, 대뇌 피질의 서파가 나타나는 시기에 맞춰 수면방추파를 유도하면 해마의 SWR파가 동원돼, 결국 이 세 가지 뇌파가 동시에 발생해 동조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렇게 세 가지 뇌파가 동시에 발생해 동조되는 비율은 수면방추파를 서파 발생 시기에 맞출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약 2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대뇌피질의 서파 발생에 맞춰 수면 방추파를 유도했던 생쥐가 공포에 대한 기억을 가장 잘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세 가지 뇌파의 동조현상이 증가해 해마에서 생성된 학습 정보를 대뇌피질의 전두엽으로 전달, 장기기억이 강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편, 연구진은 반대로 공포에 대한 기억 회상을 줄이는 실험도 수행했다. 광유전학 방법으로 시상의 뉴런을 활성화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억제하게 되면 기억을 떠올리는 정도가 줄어드는데, 이때에도 서파와 수면방추파, SWR파가 동시에 발생하지 않게 되었을 때, 즉 이 세 뇌파의 동조현상을 깨뜨릴 때 가장 효과적으로 공포 기억의 회상 정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장기 기억의 형성에 관여하는 여러 종류의 뇌파 간 구체적인 상호작용을 밝혀낸 데 의의가 있다.

신희섭 단장은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기 때문에 뇌에 광유전학 케이블을 삽입하여 뇌파를 조정했지만,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인간의 뇌파를 조정할 수 있다면 언젠가 학습기억 증진을 도모해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본 연구결과는 뉴런(Neuron, IF=14.024)에 미국시간으로 7월 6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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