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효리가 지난 5일 밤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반려자 이상순 이야기를 하면서 꺼낸 말이다. 이효리와 함께했던 MC·패널들의 폭소를 부른 한마디였다.
이날 방송에서 이효리는 "그것('그놈이 그놈이다' '그 여자가 그 여자다'라는 인식)을 알면 결혼해서 쭉 사는데, 그걸 모르고 '저 사람은 뭔가'(라고 기대하면) 그건 진짜 아니다. (결혼을) 해도 다른 사람에 대한 환상이 없다"고 부연했다.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문학작품을 보면, 지주 대신 소작농을 관리하던 중간관리자 '마름'을 두고 소작농들이 "그놈이 그놈이다"라고 푸념한다. 지주보다 더욱 악독하게 소작농들을 몰아붙이던 마름의 특성상 "(그놈보다) 더한 놈"이라는 표현도 종종 볼 수 있다.
과거 일제 패망으로 해방된 식민지 조선에 미군정이 들어서면서, 일제 부역자들을 다시 요직에 앉혔던 것을 두고 "그놈이 그놈이더라"라고 질타하던 노래도 떠오른다.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표현에는 '현실을 직시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듯하다. 현실을 직시하면, 어릴 적 동화책에서 보던 달콤한 세상과는 다른 세상이 보이기 마련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서 어릴 적부터 함께 커 온 동물 옥자를 구하기 위해 공장식 축산업 시스템을 마주했던 미자. 그의 표정과 행동이, 그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까닭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효리는 그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것일까. 그간 그가 여성인권, 노동권은 물론 동물권으로까지 영역을 넓혀가며 꾸준한 언행으로 사회운동 참여에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점은 '그렇다'는 증거다.
앞서 이효리는 지난달 29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 출연, 사회운동에 꾸준히 참여해 온 것을 두고 "못할 말은 아니잖나. 참여하고 싶으니까. 그냥 마음이 가니까 말하고 싶은 건 참는 성격이 못 된다. 그래서 그냥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뉴스룸 앵커 손석희는 "(새 앨범에서) 이적 씨하고 같이 부른 노래가 '다이아몬드'"라며 "그대여 잘가시오. 그동안 고생 많았다오. 그대여 편히 가시오. 뒤돌아보지 말고 가시오'라는 가사 일부를 소개했다.
이어진 "(가사 속 '그대'가) 누구인가?"라는 손석희의 물음에 이효리는 "사실은 제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마지막으로 돌아가신 할머니 기사를 보다가 그런 가사가 떠올랐다"며 말을 이었다.
"제가 거창하게 (관련 활동을) 할 수는 없고. 돌아가시는 분들에게 꼭 '위안부' 할머니가 아니더라도 어떤 권력이나 무슨 기업에 맞서 싸우시다가 힘 없이 그냥 포기하고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잖나. 그게 꼭 죽음이 아니더라도. 그분들에게 뭔가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은 마음이 되게 크다. 그걸 어떻게 할까 하다가 아무래도 (제가) 음악을 하는 사람이니까 곡으로 한번 표현해 보자 해서 이 곡을 썼다."
'세상은 대다수 사람들에게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는 현실을 직시한 이들은 체념에 빠져 허우적댈 수도 있겠으나, 결국에는 그러한 현실을 바꿔나갈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하기 마련이다. 우리네 역사에서 익히 봐 온, 근대 이전 끊이지 않던 민란이 그러했고, 일제시대 독립운동은 물론 한국 현대사를 물들인 4·19혁명, 부마항쟁, 광주5·18, 6월항쟁, 그리고 최근의 촛불혁명까지 민주화운동이 또한 그러했다.
이와 같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한 개인으로서 이효리 역시 꾸준히 자신을 성장시켜 왔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다가온다.
"어제(5일) 라스(라디오스타) 흥미로웠다. 90년대의 여성연예인 일부는 '노는 센 언니'로 소비되어 왔는데, 다음세대인 이효리는 각성하고, 주체적인 여성으로서 센 언니의 관점과 입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트위터 사용자 '@m******'의 이효리에 대한 이 같은 평은, 이효리가 앞으로 이어갈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품도록 만들기에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