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 기술 완성? '화성-14형'을 보는 한미의 시각차,왜

美 ICBM 공식확인, 우리 軍 "아직은 사거리만 ICBM"

북한이 지난 4일 오후 공개한 ICBM 발사 장면. (사진=자료사진)
북한이 4일 발사한 화성-14형 미사일에 대해 ICBM 기술을 최종 확증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미국은 이 미사일을 ICBM으로 공식확인했지만 우리 군당국은 "사거리만 ICBM급일뿐 여전히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어서 주목된다.

미국은 북한의 ICBM 기술이 거의 완성됐다고 보고 대응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 군과 정부는 북한 미사일 도발에 강력 대응한다면서도 '아직은 기술이 부족하다'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이는 북한 ICBM의 직접 겨냥 대상인 미국과 최대한 ICBM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우리 군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북한의 ICBM 기술 확보를 공식 인정할 경우 남북간 대화의 여지가 더 줄어들고 북·미 쌍방만의 대화·협상으로 흐를 가능성에 대한 부담도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 美, 북한 ICBM 공식 확인하고 제재 강화 입장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공식 확인하면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북한의 ICBM 발사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이는 미국과 동맹국, 그리고 전세계에 대한 새로운 위협이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위협에 대해서는 세계적 차원의 대응이 요구된다"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동참을 강조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 역시 북한의 미사일 기술 진전에 주목하면서 커지는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화성-14형의 사정권이 예상보다 넓어 알래스카뿐만 아니라 미 서부 샌프란시스코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도 나왔다.


우지 루빈 전 이스라엘 미사일방어국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초기 분석 결과만 놓고 볼 때 화성-14형의 사거리는 6천200마일(9천977㎞)로, 샌프란시스코가 사정권 안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언제 북한이 (이런 미사일을) 쏠 수 있을지에 관한 물음은 이제 의미가 없다. 그들은 이미 준비가 됐기 때문"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물론 북한이 아직 대륙간탄도미사일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시각도 있다.

독일 우주·방어 컨설팅 기관인 ST애널리틱스의 마크 실러 박사는 북한의 주장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수년은 더 걸릴 것이라며 "그들의 작업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의 ICBM 보유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이미 완북한의 탄두 재진입 기술 완성 여부에 크게 주목하지 않는 분위기다.

◇ 북한이 새롭게 내놓은 탄두내부온도 24~45도 등 주목

이에 반해 우리 군과 정부는 'ICBM급 사거리의 신형탄도미사일이지만 ICBM의 개발 성공으로 단정하기는 제한된다'는게 공식입장이다.

군의 이런 입장은 고난도 기술을 필요로 하는 재진입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에 근거한다.

그러나 국내 미사일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의 화성-14형 발사에 대해 실제 8천km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거리 외에 북한이 탄두 재진입 기술 등을 확증했다며 내놓은 새로운 단어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에 없던 표현들이 추가됐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기술의 완성도가 높아졌음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볼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4일 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탄소복합재료로 만든 대륙간탄도로케트 전투부첨두의 열견딤 특성과 구조안정성을 비롯한 재돌입전투부의 모든 기술적 특성들을 최종 확증 했다" 고 주장했다.

북한은 또 "재돌입시 전투부에 작용하는 수천℃의 고온과 가혹한 과부하 및 진동조건에서도 전투부첨두내부온도는 25~45℃의 범위에서 안정하게 유지되고 핵탄두폭발조종장치는 정상동작하였으며 전투부는 그 어떤 구조적 파괴도 없이 비행하여 목표수역을 정확히 타격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탄두를 탄소복합재료로 만들었다는 것과 특히 '전투부첨두내부 온도가 25~45도로 안정되게 유지됐다'는 것에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탄두의 내부온도가 '25~45도'로 유지됐다며 구체적인 숫치까지 처음으로 밝힌 것인데, 이는 재진입 기술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평가에 대한 강력한 반박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ICBM 탄두는 대기권 재진입시 속도가 마하 24를 넘어서면서 7~8천도 이상의 고열이 발생해 탄두가 깎여나가거나 심한 진동으로 핵폭발 장치가 망가질 수 있다.

이 기술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군 당국의 평가지만 북한이 구체적인 숫치까지 들어 이젠 '아니다'라며, '대기권에 재진입하고도 핵폭발장치가 정상작동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의 추진체가 2단임을 밝힌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단분리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뜻하는 것이고 향후 3단 엔진이 되면 사거리가 더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대형중량핵탄두장착이 가능하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통상적으로 이야기하는 대륙간탄미사일(ICBM) 급 탄두의 무게인 500kg보다 무거운 것도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무수단, 노동 등 중단거리급에는 탑재가 가능한 핵탄두 규격화가 이루졌지만 아직 ICBM급은 도달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에 대한 반박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의 주장처럼 핵기폭장치가 정상작동했다면 마지막 일정 고도에서 탄두가 공중폭발해야 되는데 확인되지 않았다며 ICBM 기술을 최종 확증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다 믿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