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9월 7일 미‧중 연합군이 일본군 치하의 중국 송산, 등충, 용릉 등을 탈환할 당시 그 곳에 머물고 있던 '위안부'의 생생한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는 2년여 간의 끈질긴 발굴 조사 끝에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70년 넘게 잠자고 있던 한국인 위안부 영상을 발굴해 5일 언론에 공개했다.
18초 짜리 흑백 영상 속에는 중국 송산에서 포로로 잡힌 한국인 위안부를 포함해 7명의 여성의 모습이 담겨 있다.
미‧중연합군 산하 제8군사령부 중국군 장교(신 카이 대위)로 추정되는 남성은 한 명의 '위안부' 여성과만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나머지 여성들은 초조하거나 두려운 표정으로 침묵하고 있다.
에드워드 페이(Edwards C. Fay) 병장이 1944년 9월 8일 직후 촬영해 소장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와 서울대 연구팀은 이 영상의 존재에 대한 단서를 찾은 후 2년 전부터 앞서 발굴된 문서와 사진 등을 분석해 관련 정보를 추적해왔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이 소장하고 있는 수백통의 릴 필름을 일일이 확인해 이번 영상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발굴 조사는 국내외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료를 수집하고 기록물로 관리해 역사적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서울시의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관리사업의 하나로 이뤄졌다.
한편, 서울시와 서울대 연구팀은 영상을 촬영한 페이 병장이 일본군 위안소로 활용됐던 건물을 촬영한 53초 분량의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이 건물은 용릉(Lung-ling)에 위치한 그랜드 호텔(Grand Hotel)로 불리던 곳으로, 미‧중연합군이 용릉을 점령한 직후인 1944년 11월 4일 촬영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위안부' 연구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이 갑자기 끊긴 상태에서 정부가 하지 않으면 서울시라도 지원하겠다는 마음으로 서울대 연구팀과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관리사업을 추진, 오늘과 같은 결실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불행한 역사도 기록하고 기억해야 다시는 반복하지 않는 만큼 앞으로도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과 자원을 집중해 역사를 기억하고 바로 세우는데 앞장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