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재균 "데뷔전 홈런? 100번 돌려봤어요"

- 6개월의 기다림..데뷔전 홈런으로
- 콜업 전화 기다리다 밤잠 못이뤄
- 마음비우니 공이 맞기 시작했다
- 배트플립? "이젠 잡는게 익숙해요"
- 간절함 여전하다…즐기는 야구할 것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황재균(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모든 걸 내려놓으니 공이 보이기 시작했다." 야구선수들에게는 꿈의 무대죠, 미국 메이저리그 데뷔무대부터 홈런을 치면서 그야말로 국내팬들의 폭발적인 성원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황재균 선수. 사실은 올해 초 미국에 진출을 했는데요. 올해는 메이저리거로 뽑히기 힘들 거다 좀 부정적인 얘기가 많았어요. 그래서 마음고생도 많이 하던 차였기 때문에 이번 메이저리그 데뷔전의 홈런이 아마 더 기분 좋을 겁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황재균 선수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황재균 선수, 안녕하세요.

◆ 황재균> 안녕하세요.

◇ 김현정> 메이저리그 입성한지 이제 일주일 돼가네요. 실감이 납니까?

◆ 황재균> 처음 왔을 때는 솔직하게 실감이 안 나고 그랬었는데 이제 시합을 한두 경기 지나고 하다 보니까 ‘아, 내가 여기 왔구나’라는 게 좀 실감이 나네요.

◇ 김현정> 진짜 일주일 전인 6월 29일, 메이저리그에 처음 입성해서 첫 경기를 치르는데 홈런을 쳤습니다. 첫 무대인데 사실 좀 긴장이 될 만도 해요. 그런데 공이 잘 보이던가요?



◆ 황재균> 일단 솔직하게 긴장이 안 됐다면 완전히 거짓말이고 저도 긴장을 하긴 했었는데요. 1이닝 1이닝 수비하고 한 타석씩 들어갈 때마다 긴장감이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똑같이 시합을 하자는 마음으로 계속 혼자 되새기도 있었는데 그게 또 좋은 결과로 된 것 같아요.

◇ 김현정> 그 공이 딱 맞는 순간 ‘아, 홈런이구나’ 느낌이 왔어요?

◆ 황재균> 네, 딱 맞는 순간 넘어갔다는 걸 알았거든요. (웃음)

◇ 김현정> 넘어가는구나. 넘어가는구나 생각이 들면서 1루, 2루, 3루 돌아서 홈으로 돌아올 때 그때는 무슨 생각이 들던가요?

◆ 황재균> 여러 가지 감정들이 교차했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메이저에 올라와서 순탄한 생활한 게 아니라 마이너에서 좀 하다가 이제 안 되겠다 생각을 먹었을 때 정말 깜짝 콜업이 된 거거든요. 돌면서 이것저것 생각이 되게 많이 들었어요,

◇ 김현정> 떠오르는 얼굴 같은 건 없었어요?

◆ 황재균> 치고 나서도 저도 너무 놀라가지고 떠오르는 얼굴은 없고… 그냥 내가 쳤구나. 뛰면서 환호성을 들으니까 '아, 내가 지금 메이저에 있구나' 그런 생각도 많이 들고. 마이너에서는 솔직히 홈런 쳐도 이런 큰 함성은 없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그 홈런 치는 화면은 몇 번이나 돌려보셨어요?

◆ 황재균> 솔직하게 얘기하면 100번 넘게 본 것 같아요.

◇ 김현정> 100번 넘게 보고 보고 또 보고?

◆ 황재균> 봐도 봐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 김현정> 좋아서 그럴 법하죠, 그럴 법해요. 그런데 황재균 선수, 우리나라에 있을 때 홈런 치고 나면 배트를 훅 던지고 뛰는 일명 '빠따던지기' 그런 걸 했었는데… '배트플립'이라 그러죠. 그런데 이번에는 참으신 거예요? 왜 안 했어요?

◆ 황재균> (웃음) 16년도에 미국 가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부터 제가 그걸 고쳤거든요, 안 하려고 생각을 하면서. 16년도에는 한 번도 안 했어요. 이제는 오히려 하라고 그러면 더 안 될 것 같아요. 손에 잡고 있는 게 익숙해서.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황재균 선수 (사진=노컷뉴스DB)
◇ 김현정> 이제는? 미국 가야겠구나라고 결정했을 때부터 미국에서는 비매너라고 하니까 내가 고쳐야겠구나 마음먹고 한 1년 내내 고친 거군요?

◆ 황재균> 굳이 제가 심기를 건드려서 그다음 타석에 공을 맞을 이유는 없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당연히 한국에 계신 가족들 제일 기뻐하시죠?

◆ 황재균> 그럼요. 엄마는 아예 TV 자체를 못 봤대요. 제가 못할까 봐.

◇ 김현정> 떨려서?

◆ 황재균> 네, 그래서 TV는 틀어놨는데 안방에 엄마는 들어가 있고 그다음에 아빠가 홈런이다라고 소리치는 순간 뛰어나오셨다고 그러더라고요.

◇ 김현정> 눈물을 보이지는 않으시던가요. 통화하면서 울먹울먹하지 않으세요?

◆ 황재균> 홈런 쳤을 때는 그렇지는 않았고 이제 콜업이 됐을 때 영상통화를 했었는데 울먹울먹거리시는 게 제 눈에도 보여서, 저도 같이 그런 모습 보일까 봐 그냥 서둘러 정리하고 끊었어요. 힘든 걸 부모님한테 보여드리는 게 좀 그러니까 저는 그냥 걱정하는 문자 가끔 보내셔도 ‘괜찮다, 지낼 만하다’ 그렇게만 계속 대답을 했었거든요.

◇ 김현정> 그래요. 여러분, 그러니까 황재균 선수가 사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할 때 정말 잘나가던 억대 연봉의 선수인데요. 그 명예, 인기 다 버리고 미국 땅으로 건너갈 때 바로 잘 될 걸로 팬들은 기대를 했죠. 하지만 마이너리그에서 결과적으로는 6개월 있었습니다. 언제 기다림이 끝날지도 모르고… 메이저리그에 올라갈 수 있는 건가? 이러다 짐 싸서 돌아와야 되는 거 아닌가? 뭐 이런 얘기까지도 나오는 상황. 얼마나 힘들었어요?

◆ 황재균>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조급함도 많이 가지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까 점점점 안 좋아지더라고요. 제 마음가짐이나 뭐 야구실력이나 이런 게. 그래서 나중에는 그냥 정말 하루하루 기다렸거든요, 하루하루. 4월달에는 새벽에도 전화 올 수도 있다, 뭐 이런 얘기를 들어가지고 새벽에 전화 올까 봐 막 잠도 못 자는 경우도 많았고요.

◇ 김현정> 세상에. 새벽에도 전화 올 수 있다는데 혹시 내가 잠들어서 그 전화 못 받을까 봐?

◆ 황재균> 내일 시합해야 되는데 잠이 안 오더라고요. 핸드폰만 괜히 계속 막 보고. (웃음) 최근 몇 년 동안 정말 힘들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정말 힘들었다? 사실은 그 부담을 안고 메이저리그에 올라갔는데 어떻게 첫 무대에서 그렇게 성적을 잘 내고. 그 뒤로도 지금 계속 좋거든요. 어떻게 극복한 거예요?

◆ 황재균> 이게 극복한 게 아니고 그냥 모든 걸 내려놨어요. 나를 콜업할 생각이 없는가 보다라고 마음을 먹는 순간. 그냥 내가 여기서 어떻게 하면 더 이후에 야구를 잘할까. 어차피 나는 나중에 야구를 해서 먹고살아야 되는데, 지금 와서 내 모든 걸 무너뜨리는 것보다 차라리 더 좋은 걸 가지고 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마음먹었고, 그때부터 성적이 희한하게 올라가더라고요.


◇ 김현정> 세상에. 비우는 순간 공도 맞기 시작하고 그것이 콜업을 부르는 힘이 된 거네요.

◆ 황재균> 마음 편하게 비우고 있는데 갑자기 콜업이 된 거예요. 그래서 내가 하고 싶었던 정말 메이저리그 야구를 한 경기라도 해 보는구나라고, ‘나는 내 할 거 다 했다’ 약간 이런 생각이 처음에 들었어요. (웃음)

◇ 김현정> 할 거 다 했다? 그래도 첫 무대는 한번 서보는구나, 소원 풀었다?

◆ 황재균> 그냥 되게 즐거웠어요. 이러고 있는 상황에 홈런이 나온 거예요. 그런데 제가 뭐 치고 싶어서 친 게 아니라 그건 뭐로 설명할 수가 없는데요.

◇ 김현정> 그렇군요. 우리가 여기서 인생의 진리를 또 하나 배웁니다. 마음 비우는 사람, 즐기는 사람 못 당한다 이걸 또 한번 배우고 가는데요. 그러면 황재균 선수, 지금까지는 '포기해도 괜찮아, 한 번 쳤으니 됐어' 였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살아남을 자신 있습니까? 쭉 가는 거예요?

◆ 황재균> 살아남으면 좋겠죠. 그런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 그냥 저는 최대한 즐기면서 여기서 한 경기 한 경기 오래 했으면 좋겠어요. 간절한 마음도 지금 물론 항상 가지고 있지만, 제 솔직한 마음으로는 너무 집착해서 오버하는 야구는 하고 싶지 않아요.

◇ 김현정> 시즌 목표라든지 이런 거 야구 선수들은 다 세워놓던데 그런 것도 따로 만들진 않았어요?

◆ 황재균> 그냥 올시즌 끝날 때까지는 메이저에 있고 싶다, 지금은 그게 목표예요,

◇ 김현정> 소박한 목표네요.

◆ 황재균> 시합을 나가든 안 나가든 상관없어요, 저는.

◇ 김현정> 황재균 선수, 한국 팬들이 정말 열정적으로 응원하고 있어요. 황재균 선수가 홈런 날리던 그날 실시간 검색어 하루 종일 황재균 선수가 1위, 2위 했던 거 그거 모르실 거예요.

◆ 황재균> 많이 연락이 와서 저도 그걸 봤었는데 저 진짜 깜짝 놀랐어요. 그 경기를 저는 그렇게 많이 보고 계실 줄은 몰랐거든요.

◇ 김현정> 그 팬들에게, 한국에 있는 팬들에게도 끝으로 한말씀.

◆ 황재균> 일단 처음에 제가 도전할 때도 좋은 얘기와 응원을 제가 많이 들으면서 미국에 건너왔는데 그 부분을 너무 늦게 보여드린 것 같아서 죄송하고요. 늦었지만 정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즐기면서 웃으면서 야구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또 아침마다 좋은 소식으로 들려드릴 수 있게, 기분 좋게 출근하면서 하루 생활하실 수 있게 제가 열심히 미국에서 노력하겠습니다.

◇ 김현정> 여러분 아침 출근길, 이제 밤에 경기를 주로 하니까, 우리 시각으로 출근길에 기분 좋은 소식 전해 드리겠습니다. 저도 아침 뉴스쇼에서 우리 황재균 선수의 좋은 소식 자주 전할 수 있게 잘 뛰어주시고요. 응원하겠습니다.

◆ 황재균>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황재균 선수 오늘 고맙습니다.

◆ 황재균> 네.

◇ 김현정>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정말 잘 뛰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황재균 선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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