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로부터 '용기 있는 의인'으로 29일 선정된 중랑구청 직원 강민도(59) 씨는 지난 1월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외근중에 오후 3시쯤 7호선 먹골역 화장실을 찾았던 강 씨는 15~20cm 가량 열려있던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문을 열었는데 어떤 분이 화장실 벽 쪽에다 얼굴을 박고 계셔서, 처음에 저는 구토하는 줄 알고 딱 쳐다보는데 벽면에 줄이 하나 그 분 목에 걸려있더라고요"
뜻밖에 공중 화장실에서 자살을 기도한 사람과 마주한 강 씨는 곧바로 112에 신고한 뒤, 남성의 목에 감겨있던 넥타이를 풀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그러면서 화장실에 있던 다른 사람들에게 119로도 신고해 달라고 계속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모두 도망가거나 피하기 일쑤였다.
화장실 밖에서 기다리다 지친 동료가 들어와 상황을 함께 수습해갈 무렵에야 역무원과 소방대원들이 도착했다.
시민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고 한다.
"저도 정신이 하나도 없었죠. 그래도 제 나이가 육십이 다 됐고, 공무원이기도 하고 그런 일을 여러 번 겪어봤기 때문에… 직접 사람을 살리거나 그러진 않았어도 그런 위험한 순간들이 많이 있었죠."
강 씨는 급박한 상황이 오면 먼저 행동에 나선다. 과거에도 철근에 깔린 공사장 인부를 먼저 나서서 구해준 적이 있었다.
강 씨는 이번 사건을 겪은 뒤에도 지인들로부터 걱정하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번에도 주변 사람들한테 욕을 많이 먹었어요. 괜히 경찰 수사 받고, 조사받고 그래야 되는데 그걸 왜 했냐고… 저는 그래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위험에 처한 분들을 외면하는 사회는 잘못된 사회 아닌가요?"
강 씨는 사건 당시 한 뼘 정도 열려있던 화장실 문틈으로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처한 사람을 보고도 지나친 사실에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위험에 처한 사람과 마주하게 되면 물불 가리지 말고 일단 전화로 신고만이라도 해준다면 소중한 생명을 잃어버릴 일은 없지 않겠어요."
지난 4월 8일 새벽 6시경, 대학교 MT를 마치고 지하철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전 씨는 의자에 쓰러진 환자를 발견했다.
"할아버지가 쿵 소리를 내면서 쓰러지셨는데 새벽이라 주변에 사람도 별로 없었고, 너무 무서웠어요."
하지만 그는 지체 없이 119로 신고 했다. 승강장에 함께 있던 한 시민은 환자의 상태를 살피다 곧 자리를 피했다.
전 씨는 침착하게 응급구조원의 안내에 따라 환자를 일자로 눕히며 응급처치를 준비했다. 곧 역무원이 도착했고, 전 씨는 역무원의 심폐소생술을 도왔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119에 신고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무서운 마음이 너무 컸지만 그냥 가버리면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을 것 같았어요. 이런 일이 제 부모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