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화 대법관 후보, "현실 인식, 사법부 이해 부족"

여야, "재판 잘 하지만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고민 부족"

박정화 대법관 후보자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박정화 대법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법원에서 전관예우를 경험하지 못했다"고 하는가 하면 재판 업무 외에 법원 현안에 대해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여 여야 의원들에게 질타를 받는 등 혼쭐이 났다.

박 후보는 4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전관예우에 대한 소신을 밝혀달라'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의 질문에 "전관예우를 경험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일반 법관들은 평생법관제를 도입해 장기적으로 전관을 없애고 있고,지금도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의 법관들은 퇴직 후 2년 동안 일정 규모의 로펌에 취업할 수 없다"며 사법부에 전관예우를 방지하기 위한 체계가 갖춰져 있다는 인식을 보였다.

또 "형사재판에서는 재판장과 변호인이 관계가 있을 때 사건을 재배당 처리한다"고도 말했다.

이같은 박 후보의 답변에 여야 의원들 모두 "전관예우가 존재하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검사 출신의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사건 선임계는 제 3의 변호사가 내고 실제로는 전관 변호사가 나서는 경우도 있다"며 사법계의 전관예우 관행을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서울변협 조사 결과를 보면 변호사들 90% 이상이 전관예우가 있다고 답했다"며 "전관예우가 존재하는 게 사실인데, 사법부의 책임 있는 지도자로서 전관예우가 없다고 얘기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가하면 박 후보자는 '신규 임용 법관 중 여성 비율' 등 재판 외의 사안에는 "잘 모르겠다", "준비하지 못했다"며 미소만 지었고 사법 개혁을 위한 사법평의회 설치와 관련해서는 "사법평의회의 내용을 몰랐던 것 같다"고 답해 여야 의원들의 답답함을 자아냈다.

박 후보자는 '대법원장 권한 분산 등 제도적 문제를 고민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솔직히 못 해봤다. 이번에 청문회 준비하면서 관심이 생겼다"고 답했다.

이같은 박 후보자의 답변에 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법관 개인으로 보면 훌륭하지만 최고 법원을 구성하는 한 사람으로서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고민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정종섭 의원도 "재판은 잘 한다고 들었지만 대법관이라고 하면 단순히 재판 뿐 아니라 사법 행정의 문제에도 제대로 된 인식을 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후보자의 이런 답변 태도를 보며 박근혜 정부 초대 여성부 장관을 지낸 윤진숙 장관의 인사청문회를 떠올리기도 했다. 당시 윤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주요 현안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등의 답변을 연발하며 웃음을 지어보여 무성의 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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