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애월에 터를 잡고 '소길댁'의 삶을 살던 이효리는 지난해 말 작곡가 겸 프로듀서 김형석이 회장으로 재임 중인 키위미디어그룹과 계약을 맺고 컴백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이후 자신의 최대 히트곡 '텐미닛'을 만든 김도현 작곡가와 공동 프로듀싱을 맡아 정규 6집 '블랙'을 완성했다. 4년이라는 긴 공백을 깨고 돌아왔다는 점, 공동 프로듀싱을 맡아 앨범 작업을 진두지휘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이효리는 4일 오후 2시 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컴백 기자간담회에서 "제주도에서 주부 생활하고 요가하며 지내다 2주 전 서울로 왔다. 재미있으면서도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그는 "긴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시간이 꽤 흐르니 자연스럽게 여러분들 앞에서 노래하고 후배들과 경쟁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오랜만에 컴백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서울'"이라고 했다. 이효리의 목소리와 래퍼 킬라그램의 랩이 어우러진 '서울'은 도시의 쓸쓸하고 외로운 감성을 노래한 곡으로, 지난 28일 선공개된 바 있다.
이효리는 "이전에 했던 음악과 달리 우울하고 어둡다는 반응이 많더라"며 "곡을 만든 시기에 광화문에서 촛불집회가 이어지는 등 서울의 분위기가 어두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살던 고향인 서울이 요동치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고 아련한 느낌이 들었다"며 "단순히 도시를 찬양하는 곡이 아닌 도시 속 사람들의 우울한 마음을 노래한 곡을 만들어 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수록곡 중 가장 먼저 만든 곡이자 지금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곡이라는 점에서 애착이 큰 곡"이라며 "대중의 기억에 오래 남는 곡이 되었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과거 앨범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깊고 진하다. 특히 가사에선 불혹을 앞둔 데뷔 20년차 가수의 깊은 고민의 흔적이 느껴진다. 이효리는 "이제는 화려함을 걸쳤을 때 그때처럼 예쁘지 않을 거란 직감이 있었다"며 "대신 깊이있는 느낌으로 가보려 했고 직접 곡과 가사를 쓰며 진정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사실 이게 바로 내 본 모습이다. 제주도에 살면서 화려하고 멋있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평범한 나로 돌아갔다"고 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었던 건 섹시한 비주얼"이라고 너스레를 떤 이효리는 "음악 방송 무대에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물론 긴 공백으로 인한 부담은 있다. 이효리는 "음원 차트 순위에 만나본 적도 없는 친구들이 많고 1위도 며칠 만에 바뀌더라. 세대교체가 빠르구나 싶다"며 "한동안 팬들에게 무심했는데 공개 방송에 팬들이 많이 와줄까도 걱정"이라며 웃었다.
사실 이효리의 가수 생활은 늘 장밋빛이 아니었다. 2집과 4집 때는 표절 논란에 휩싸여 활동을 중단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효리는 5집 '모노크롬'부터 변화를 꾀했는데 타이틀곡 '미스코리아'를 직접 작사, 작곡하며 '싱어송라이터'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4년 만에 돌아온 이효리는 이번엔 앨범에 수록된 10곡 중 9곡의 가사를 직접 쓰고, 8곡을 작곡했다. 그리고 그 안에 생각과 가치관을 담았다. 그는 "향후 깊이있는 음악, 울림을 주는 음악을 하는 뮤지션으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새 앨범 '블랙' 전곡 음원은 이날 오후 6시 각종 음원 사이트릍 통해 공개된다. 컴백 전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감을 조율한 이효리는 5일 MBC뮤직 '쇼 챔피언'을 시작으로, KBS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에 출연해 신곡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효리는 "지난해 앨범을 내고 활동한 엄정화 선배를 보며 힘을 얻었다"며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