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 삼계탕에 '찹쌀이 없다'…중간상 매점매석에 품귀

찹쌀 최대 소비 초복 앞두고 삼계탕집 비상, 떡집도 수입 찹쌀 사용할 판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지난 5월부터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올해 초복(7월 12일)을 앞두고 건강보양식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초복 달임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은 누가 뭐래도 찹쌀밥이 들어간 삼계탕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올해 초복 삼계탕에는 찹쌀밥을 구경하기가 힘들 듯하다. 일부 곡물유통 상인들이 사재기와 매점매석을 통해 찹쌀 가격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형 마트와 슈퍼마켓 등이 중간 상인들을 대상으로 최저가 입찰을 통해 찹쌀 납품가격을 후려치기 하는 수법으로 폭리를 취하면서 찹쌀 거래시장이 사실상 마비가 됐다.

◇ 삼계탕 식당, 떡집... 국내산 찹쌀 확보 비상

찹쌀.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삼계탕 식당들은 초복을 앞두고 찹쌀 구입에 나서고 있지만 찹쌀가격이 워낙 많이 오른 데다, 그마저도 물량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

전문 삼계탕 식당을 운영하는 김기복(63세, 서울)씨는 "찹쌀 소비자가격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오른 것 같다"며 "이번 초복 때 쓸 찹쌀은 힘들게 구했지만 중복, 말복에는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계탕값을 올리면 손님이 금방 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찹쌀을 조금만 넣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경우는 1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찹쌀 매점매석에 따른 품귀현상 탓에 삼계탕 식당뿐만 아니라 떡집에도 비상이 걸렸다. 통상 떡에는 찰기가 나도록 일반 멥쌀에 찹쌀을 섞는데 국내산 찹쌀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떡집을 운영하는 남상준(54세, 세종)씨는 "우리 가게는 국내산 멥쌀과 찹쌀만 사용하는데, 6월 중순부터 찹쌀을 구하지 못해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대로 간다면 어쩔 수 없이 수입 찹쌀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찹쌀 산지 매집상 '매점매석'…찹쌀 가격 급등세

우리나라에서 찹쌀은 주로 전북 익산과 충남 논산지역에서 많이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찹쌀은 전체 곡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기 때문에 정부가 재배면적과 생산량 등을 별도로 통계 관리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찹쌀이 이른바 '깜깜이'로 생산·유통되면서 농협과 민간 RPC(미곡종합처리장) 등 대규모 산지 매집상들의 시장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사재기와 매점매석을 통해 유통물량과 소비자가격을 맘대로 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곡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수확기 당시 찹쌀 산지 가격은 80㎏ 한 가마에 10만5천 원 선으로 일반 쌀보다 낮았다.

그런데, 올해 초복을 앞두고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6월 들어 80㎏ 한 가마에 14만 원대까지 급등했다. 문제는 이처럼 가격이 올랐어도 산지에서 찹쌀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중간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박기철(54세) 대표는 "일부 산지 매집상들이 찹쌀 가격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올해 초부터 80㎏ 한 가마에 12만원씩 주고 집중 매입해 창고에 쟁여두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자신과 같은 중소 중간상인들이 14만원을 주겠다고 해도 팔지 않고 있다"며 "아마도 지금 같은 추세라면 연중 찹쌀 수요가 가장 많은 초복을 앞두고 찹쌀 한 가마 산지 가격이 15만 원 이상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찹쌀값이 20만 원까지 올랐던 2000년대 중반 사태가 다시 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전북 황등농협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찹쌀 가격이 워낙 쌌기 때문에 농민들이 찹쌀 농사를 포기하면서 올해 재배면적이 크게 줄었다"며 "대형 수집상들이 이 틈을 이용해 매점매석을 하면서 농협조차도 찹쌀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 롯데슈퍼, GS25 대형 소매점 '납품단가 후려치기' 폭리

위 이미지는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자료사진)
이처럼 산지에서 찹쌀 거래 물량이 사라지면서 대형 마트와 슈퍼마켓 등 소매점에 찹쌀을 납품하는 중소 유통 상인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게다가 일부 대형 소매점들이 최저가 입찰을 통해 찹쌀 납품가격을 후려치기 하는 수법으로 폭리를 취하면서 찹쌀 시장이 사실상 마비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 롯데슈퍼, GS25시 등 대형 소매점들은 중간 상인들로부터 4㎏ 기준 7천 원 정도에 납품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중소 유통 상인들은 산지에서 80㎏ 한 가마에 최소 14만원, 4㎏ 기준 7천 원씩 구입해 포장지와 인건비, 물류비용까지 감안하면 납품 원가가 7천500원에 달한다"며 "납품할수록 손해지만 거래처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납품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통 소매점들은 이처럼 저가로 납품받은 찹쌀을 초복과 중복을 앞두고 할인행사를 통해 1만원 안팎에 판매하고 있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할인행사 기간에는 4㎏ 한 포대에 9천9백원을 받고, 평소에는 1만3천원에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찹쌀을 7천원 안팎에 사서 1만3천원에 판매하니까 마진율이 무려 85%가 넘는다는 얘기다.

게다가, 올해는 찹쌀 물량이 없다 보니까 초복을 앞두고 소매가격을 더 올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소매점들이 당초 계약을 통해 납품가격과 물량을 정해 놓고 소비자가격을 올리겠다는 것은 유통소매 단계에서 또 다른 매점매석 행위가 진행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찹쌀 시장의 유통실태를 점검한 뒤 사재기와 매점매석 행위에 대해선 강력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국내산 찹쌀의 공급 물량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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