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최근 여야 간 쟁점인 장관 후보자 임명 건과 추경, 정부조직법 처리 등에 대한 야당의 입장을 밝혔다. '강한 야당'을 선언한 만큼 강도 높은 성토가 예상됐지만 빗나갔다.
그는 각 사안에 있어 '국민의 판단'을 강조했다. 장관 임명에 대해선 "부적격자임에도 임명할 수 있는 것이 현행 제도"라며 "당력을 쏟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간 정우택 원내대표 체제에서 인선이 추경과 사실상 연계됐었지만, 향후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홍 대표는 "부적절한 사람이 임명돼서 펼치는 정책은 우리가 동의할 수가 없다"고 했다. 김상곤 교육부, 송영무 국방부, 조대엽 노동부 등 야권이 반대하는 장관 후보자를 '강행' 임명할 경우 해당 상임위를 보이콧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개별 상임위 법안 처리와 연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국회 운영 전체를 마비시키는 기존 전략과는 달라지는 셈이다.
추경과 정부조직법에 대해서도 비슷한 맥락으로 얘기했다. 홍 대표는 공공일자리 확충과 관련된 추경안에 대해 "공무원 증원은 절대 불가라고 했다"면서 "공공일자리를 국민세금으로 늘린다? 그건 그리스로 가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그런 것 외에는 요건이 되면 추경을 해주는 것이 맞다"고도 했다.
홍 대표는 정부조직법에 대해선 "자신들이 집권한 정부인데"라고 운을 뗀 뒤 "자신들이 하려고 하는 정부조직을 한 번 해보라 이거야. 판단은 국민의 몫이고. 야당이 그걸 막는다는 건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권에) 협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맡은 정부니까 자신들의 책임 하에서 하겠다면 하되,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에 위배되거나 국가안보에 저해되는 짓은 우리가 당력을 통해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 자신이 당의 핵심 이념으로 제시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안보' 등의 사안이 걸려 있는 것이 아니라면 구태여 가로막지 않겠다는 뜻이다.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면서 동시에 인사와 법안 처리 등이 역효과를 내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엄포와도 같다.
한편 홍 대표가 각종 원내 협상에 대한 지침과 전략을 세세하게 지적함에 따라 향후 정우택 원내대표와의 역할 분담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을 만나서는 "당은 원내대표가 알아서 하고 저는 당 문제만 하는 걸로 그렇게 합니다만, 당론과 대치된 원내 활동은 바람직스럽진 않다"며 당론 우위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