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밤의 휴식 '초인가족', 20주 대장정 마쳐… 시즌2 갈까

3일 종영한 SBS 초감성 미니드라마 '초인가족 2017' (사진='초인가족' 캡처)
깜짝 놀랄 만한 반전도,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막무가내 해피엔딩도 없었다. 시작이 그랬듯, 끝도 소소하고 평범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SBS의 초감성 미니드라마 '초인가족 2017'(연출 최문석·이광영, 극본 진영)이 20주의 대장정을 마쳤다. 지난 2월 20일부터 월요일 오후 11시에 2편씩 시청자들을 만났던 '초인가족'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3일 방송된 39~40회에서는 각자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초인가족' 출연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렇다 할 빽도 줄도 없어 만년 과장이었던 도레미주류의 영업맨 나천일(박혁권 분)은 그의 사수이자 정신적 지주인 최석문 부장(엄효섭 분)과 함께 '초인 호프'를 개업하는 것으로 새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두 사람이 연 '초인 호프'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았다. 손님들을 끌어오기 위해 욕지기를 들어주는 '욕받이 브라더' 전략까지 썼지만, 손님들은 맥주 한 잔을 시켜놓고 욕만 실컷 하다 가기 일쑤여서 정작 영업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손님의 과격한 욕 때문에 근심만 더해졌을 뿐이다.

물론 나천일은 좌절하고 상심하지만은 않았다. 만만치 않은 '대박'에 대한 욕심은 버리되, 여간 해선 예상할 수 없는 미래를 묵묵히 받아들이기로 한 것. 그는 "내일은 또 내일의 파리가 날리겠지만 2017년은 절반이나 남았고, 삶은 한 치 앞도 모르는 거니까. 우리는 초인가족이니까"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반면 '초인가족' 속 커플들은 대체로 훈훈한 결말을 맞았다. 도레미주류의 경쟁사인 명장주류 창업주 손자로 밑바닥부터 경험을 쌓기 위해 도레미주류에 입사했던 이귀남(호야 분)은 도레미주류에서 만난 안정민 대리(박희본 분)와의 사랑을 이어갔다. 두 사람은 농장에서 홉을 키우고 수제맥주를 만들며 살 계획을 전했다.


맹라연(박선영 분)의 엄마인 조 여사(김혜옥 분)과 마도로스 김(남경읍 분)은 다섯 딸의 동의를 얻어 혼인신고를 올렸다. 갑자기 새 식구가 되어 어색한 기류가 흘렀지만, 마도로스 김이 조 여사에게 매우 다정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고 딸들은 비로소 마음을 놓았고, "딸 다섯 생겼다 생각하라"며 해피엔딩을 예고했다.

또한 성적이 나오지 않아 골머리를 앓던 나익희(김지민 분)는 강보람(정유안 분)이 특목고에서 일반고로 전학을 와 함께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됐다.

3일 종영한 SBS 초감성 미니드라마 '초인가족 2017' (사진=SBS 제공)
'초인가족'에는 자녀가 공부에 소질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학원비를 벌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부모, 공부 말고도 하고 싶은 것과 갖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아버린 딸, 살림살이 형편에 따라 딸들을 차별대우하는 것 같지만 실은 모든 딸들을 신경쓰고 있었던 엄마, 떠벌이기를 좋아하고 직장 내 라인을 잘 타기만을 궁리하는 동료, 알게 모르게 사내 연애하고 있던 동료, 사람은 참 좋은데 줄도 빽도 없어 만년 과장 타이틀을 유지하는 동료 등 마치 우리 주변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현실적인 캐릭터가 등장했다.

에피소드 역시 거창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첫사랑 오빠를 다시 만났다는 설렘에 가게 매상을 올려준다고 화분을 잔뜩 사오거나, 팍팍한 현실에서 잠시나마 도피하기 위해 SNS에 의존하고, 어디에서도 밉보이고 싶지 않아 사내 행사를 무리해서 참석하며, 직장에서 잘릴 위기에 처하자 용한 점집을 찾는 등 소소하고 평범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박혁권, 박선영, 엄효섭, 김기리, 박희본, 호야, 김혜옥, 남경읍 등 주·조연 가릴 것 없이 우리네 이웃 같은 실감나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공감대를 형성한 점, 해치워야 할 악인도 풀어야 할 복잡한 관계도 없어 비교적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된 점, 30분 가량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시트콤 형식을 다시금 선보였다는 점에서 '초인가족'은 나름의 마니아층을 형성할 수 있었다.

'초인가족'이라는 제목 뒤에 '2017'이라는 연도가 붙은 것에서 시즌제를 염두에 두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2월 16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박혁권도 "기획 단계부터 시즌3까지 간다고 했었다. 저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재치 있게 답변한 바 있다. '도롱뇽도사와 그림자 조작단'(2012)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미니 드라마'의 포문을 열어젖힌 '초인가족'이 새 시즌으로 시청자들과 재회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