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방미 기간 미국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사드 배치 번복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디시(DC)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전문가 초청 만찬' 연설에서 "나는 한-미 간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사드 배치 번복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연설 뒤 "사드 배치는 한국의 주권 사안"이라며 "한국의 주권적 결정에 대해 중국이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의 태도 역시 완강했다.
시 주석은 러시아 방문 하루 전인 2일(현지시간) 타스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사드의 한국 배치는 역내 전략균형을 훼손하고 역내 국가들의 안보 이익을 훼손하기 때문에 배치 결정을 취소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한반도 사드배치를 결연히 반대하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G20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과 첫 만남을 가진다 하더라도 사드 문제를 둘러싼 시각차 때문에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 북핵 주도권 잡은 문재인 대통령, 사드 협상에서도 우위 점할까?
하지만 만약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시 주석이 과거와 같이 사드 문제와 관련해 일방적인 행보를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 있어서 주도권을 인정 받았기 때문이다.
양국 정상은 북핵 문제 해결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유도하기 위해 최대의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올바른 여건 하에서 북한과의 대화에 열린 입장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공동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의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과 남북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한다고 명시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북핵 해법의 주도권을 인정받으면서 중국이 제시하고 있는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의 성공 여부도 문 대통령의 행보에 상당부분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됐다.
중국이 당면한 외교 과제 중에 중요한 것으로 사드 문제와 북핵 문제가 있겠지만 우선순위에서는 역시 북핵 문제가 앞선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 최근 들어 북한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더욱 높이라며 중국에 대한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 단둥은행과 다롄국제해운 등을 대북관련 제재리스트에 올리면서 중국이 두려워하고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암시하는가 하면 대만에 대규모 무기를 수출하고, 중국을 북한과 같은 등급의 인신매매 문제 국가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중국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며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 했지만 오히려 미국의 거친 빈빌에 직면하자 곤혹스런 모습이 역력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된다면 북핵 문제는 대화 국면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될 수 있으며 구석에 몰린 중국도 한숨 돌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과거와 달리 중국과의 사드 문제 협상에 있어서도 '북핵 주도권'이라는 지렛대를 가지고 훨씬 유리하게 협상을 주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한·미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중국 관영 매체들의 논조에서도 감지된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객관적인 사실 보도 위주로 접근하는 등 과거에 비해 상당히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사드와 관련해 민감한 발언들을 하기도 했지만 논평이나 사설을 통해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 중국 측에서도 장고를 거듭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핵 주도권을 거머쥐면서 동시에 사드 협상에서도 이전에 비해 강한 협상력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중국으로서도 대화를 통해 북핵 긴장상태가 완화될 경우, 사드 철수의 명분도 강해지는 만큼, 한국의 목소리가 좀더 충분히 반영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