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청문회 삼성·LG ·통신사 CEO 출석 요구…통신비 인하 압박?

자질 의혹 물증 못잡자 후보자 소견 검증…업계 "죄인 취급 불똥" 우려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자료사진
4일 열리는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사실상 '통신비 청문회'가 될 전망이다. 이동통신3사를 비롯, 삼성·LG전자 등 제조사 CEO가 모두 증인으로 채택된 것이다. 케이블·포털 등 관련 업계 대표도 증인 및 참고인으로 나간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구실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통신비 절감 대책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각 이해관계단체는 불만과 고충을 털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유 후보자의 청문회가 자질 검증보다는 사실상 "통신비 인하 압박을 위한 자리가 될 것"이라며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 기본료 폐지·완전지급제 등 통신비 관련 대기업 CEO 대거 출석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및 통신 업계에 따르면 유 후보자 청문회에는 총 11명의 증인이 채택됐다.

증인 대부분은 가계 통신비 인하와 관련된 기업 대표들이다. 유 후보자의 경력이나 자질 관련한 증인으로는 곽창호 포스코경영연구원 대표가, 또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자유와창의교육원 국장이 참고인으로 채택됐을 뿐이다.


유 후보자 내정 뒤 양평 땅 위장전입, 자녀의 특혜 입사 등 일부 의혹이 제기됐지만 뚜렷한 근거를 찾지 못한 상태다. 유 후보자의 경력이나 자질 논란보다는 정책적 소견을 검증하는 '통신비' 청문회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SK텔레콤 박정호 사장, KT 황창규 회장, LG유플러스 권영수 부회장 등 이동통신 3사의 최고경영자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이사와 LG전자 조성진 대표이사도 증인으로 출석 요구를 받았다.

지난달 국정기획위는 선택약정할인율 25%로 상향, 보편 요금제 의무 출시 등을 골자로 하는 통신비 절감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소비자를 대표하는 시민단체는 '공약 후퇴'라며 반발하고 알뜰폰과 통신유통협회는 '생존 위기'를 토로한다.

이통사들은 수익악화가 불가피한 데다 정부가 민간사업자 요금 결정에 개입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행정소송을 준비중이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유 후보자에게 우선 기본료 폐지 등 가계통신비 인하 등 통신비 절감 대책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 물은 뒤 이통사 대표들에게 유 후보자의 답변 내용에 대한 의견을 물어볼 것으로 보인다.

삼성·LG전자 대표에게도 마찬가지로 단말기 완전자급제와 분리공시제 등에 대한 유 후보자의 답변이 타당한지 등을 질문할 예정이다.

강신웅 티브로드 대표이사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티브로드는 최근 세 차례에 걸친 희망퇴직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케이블방송발전방안과 하도급 및 고용구조 개선에 대한 질문이 쏟아질 전망이다.

UHD(초고화질) 방송 셋톱박스와 관련된 소비자 보호 정책과 관련해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외협력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권순종 소상공인협회 온라인공정위원회 위원장도 참고인으로 나온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포털의 온라인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관련한 정책을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 유 후보자의 답변이 주목된다.

◇ "기업 여건상 힘들다했다간 정부에 버티는 모습 생중계" 난감

미래부 등 역대 방송·통신 관련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 주요 기업 CEO들를 대거 증인으로 채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통사 CEO가 정책 현안을 검증하는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채택되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장관 후보자 자질을 검증하는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되는 일은 드물었다.

업계에서는 관련 경력이나 자질 등 장관 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청문회에 통신비 정책과 연계된 대기업 CEO를 증인으로 대거 부른 것에 대해 "통신비 인하를 압박하려는 것"이라며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증인으로 채택한 명분은 통신비 절감 방안의 실행 가능성과 부작용 등을 직접 물어보겠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여당은 통신비 인하 대책 실행을 압박하고, 야당은 부당하다는 말을 끌어내려는 것이라는 게 업계 측 판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통신비가 비싸다는 인식이 팽배한 데다 전국에 생중계되는 청문회에서 어떤 말을 해도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기업의 여건상 힘들다고 말하면 정부 대책에 버티는 셈이고, 또 장관 임명이 유력한 후보자 앞에서 다른 견해를 내놨다간 눈 밖에 나지 않겠냐"며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후보자 자질을 검증하는 청문회에서 엉뚱하게 기업이 죄인 취급받고 반기업 정서를 부추길 것"이라며 걱정을 나타냈다.

현재 이통3사는 CEO들의 국회 증인 출석 여부에 대해 "일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CEO 대신 다른 고위임원이 나가면 안 되겠냐는 의사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유 후보자는 통신비 인하와 관련,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를 통해 "국정기획위가 발표한 통신비 절감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기본료 폐지는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한 방법 중 하나로써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개정 처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또 선택약정할인율 25%로 상향을 두고 이통사들이 행정소송을 검토 중인 것에 대해서는 "요금할인율은 정부가 임의로 조정하는 게 아니라 관련 고시 등에서 규정하는 바에 따라 검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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