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숨 건 지옥섬 탈출기 '군함도'
때는 1945년,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조선인들이 일본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군함도로 향한다. 영화는 경성 반도호텔 악단장 강옥(황정민)과 그의 외동딸 소희(김수안), 종로 일대를 주름잡던 주먹 칠성(소지섭), 일제 치하에서 온갖 고초를 겪어 온 말년(이정현) 등의 눈을 통해 이야기를 전한다.
이들이 함께 탄 배가 도착한 곳은 조선인들을 강제 징용·착취해 지옥섬으로 불리던 군함도였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조선인들은 해저 1000미터 깊이의 막장에서 매일 가스 폭발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노역을 했다.
강옥은 어떻게 해서든 일본인 관리의 비위를 맞춰 딸 소희만이라도 지키기 위해 온갖 수를 다하고, 칠성과 말년은 각자의 방식으로 고통스런 하루하루를 견뎌낸다. 이 와중에 제2차 세계전쟁이 막바지로 치닫자 광복군 소속 OSS 요원 무영(송중기)은 독립운동의 주요인사 구출 작전을 지시 받고 군함도에 잠입한다.
일본 전역에 미국의 폭격이 시작되고 일제의 패색이 짙어지자 일본군은 군함도에서 저지른 모든 만행을 은폐하기 위해 조선인들을 갱도에 가둔 채 폭파할 계획을 세운다. 이를 눈치 챈 무영은, 강옥, 칠성, 말년을 비롯한 조선인 모두와 군함도를 빠져나가기로 결심한다.
이 영화는 군함도의 숨겨진 역사를 모티브로 류승완 감독이 새롭게 창조한 이야기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다. 1945년 당시 군함도의 3분의 2를 재현한 대규모 세트와 완성도 높은 소품도 볼거리로 꼽힌다.
◇ 전쟁 영화 아닌 생존 드라마 '덩케르크'
덩케르크 탈출 작전은 전쟁사에서 유례없는 철수작전으로 기록되고 있다. 9일 동안 860척에 달하는 선박들이 병사들을 실어 나르며 탈출을 도왔는데, 화물선·어선·유람선·구명정 등 민간선박들까지 긴급 징발돼 병사들을 운반했다.
덩케르크 해변에서 철수한 군인 33만 8000명, 덩케르크 작전 중 전사·부상·생포된 연합군 6만 8000명, 영국 공군이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위해 열흘 간 펼친 공중 작전 3500회, 연합군이 고립된 프랑스 덩케르크 해안에서 대영 해협 너머 영국 도버까지의 거리 75㎞, 군인 600명을 태운 웨이크풀 호가 어뢰 공격으로 침몰하는데 걸린 시간 15초 등의 수치는 당시 참상을 오롯이 전하고 있다.
"'덩케르크'는 기존에 '살육'을 다룬 전쟁 영화와 차별화를 두고 '살리기 위한 전쟁'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배급을 맡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전쟁 영화가 아닌 생존의 드라마'라는 놀란 감독의 말처럼, 적군 혹은 아군으로 구분되는 일반적인 전쟁영화들의 이분법을 적용하는 대신, 오직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에 집중해 휴먼 드라마적인 요소를 극대화했다"는 것이다.
1300여 명의 보조 출연자들, 실제 덩케르크 작전에 참여한 민간 선박 20여 척과 전투기 동원,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로스앤젤레스 로케이션 등으로 끌어올린 사실성을 끌어올린 점도 볼거리다.
배급사 측은 "놀란 감독은 그간 '인셉션' '인터스텔라' 등의 작품에서 자유자재로 시간과 공간을 재구성했던 것처럼 '덩케르크'에서도 실화의 시간을 재구성하고 재창조했다"며 "육해공을 배경으로 해변에서의 일주일, 바다에서의 하루, 하늘에서의 한 시간이라는 각기 다른 시간에서 진행된 사건들을 일직선의 평행선상에 놓고 마치 동시간에 일어난 일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고 말해 편집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 그들의 이야기는 결국 우리네 이야기 '택시운전사'
1980년 5월, 서울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은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영문도 모른 채 길을 나선다. 외국손님을 태우고 광주에 갔다 통금 전에 돌아오면 밀린 월세를 갚을 수 있는 거금 10만 원을 준다는 말에서 시작된 여정이었다.
어떻게든 택시비를 받아야 하는 만섭의 기지로 검문을 뚫고 겨우 들어선 광주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위험하니 서울로 돌아가자는 만섭의 만류에도 피터는 현지인들의 도움 속에 취재를 시작한다. 그러나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만섭은 집에 혼자 있을 딸 걱정에 점점 초조해진다.
역시 실화에 바탕을 둔 이 영화는 유일하게 광주를 취재해 전 세계에 5·18의 실상을 알린 위르겐 힌츠페터와, 1980년 5월 광주의 한가운데로 힌츠페터를 태우고 들어갔다 온 평범한 소시민 김사복 씨를 소환했다. 김사복 씨는 힌츠페터조차 끝내 다시 찾지 못해 익명의 존재로 남아 있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손님을 목적지까지 무사히 태워줘야 한다는 '만섭의 도리'와 고립된 광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알려야 한다는 '피터의 도리'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들이 만나는 광주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다. 가장이자 아빠인 소시민 택시운전사 황태술(유해진)과 평범한 대학생 구재식(류준열) 등은 상식을 벗어난 시대에 맞서 양심에 따라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한다.
장훈 감독은 "너무도 평범한 서울 택시기사 만섭의 눈에 비친 시대의 모습과, 한 소시민의 마음 속 격랑을 따라가면서 '역사는 위인들로 인해 이뤄지는 거대한 어떤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선택과 용기가 모여서 이뤄져 가는, 거대한 벽화가 아닌, 가까이서 들여다 본 세밀화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관객들이 만섭의 택시에 함께 타고 가면서, 당시 사람들의 이야기가 결국은 우리들의 이야기임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작은 계기라도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