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준이 들어올린 트로피의 비결 "여자친구 캐디"

우승 후 18번홀에서 여자친구와 기쁨을 나누는 이형준. (사진=KPGA 제공)
"포옹을 할까, 뽀뽀를 할까?"

3라운드까지 19언더파 단독 선두를 달린 이형준(25)은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조금 긴장했다. 긴장을 풀기 위해 캐디에게 "(우승을 하면) 포옹을 할까, 뽀뽀를 할까"라고 농담을 던졌다. 캐디가 여자친구였기에 가능한 농담이었다.


이형준은 2일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카이도시리즈 NS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했지만, 최종 19언더파로 우승했다. 2016년 11월 카이도코리아 투어 챔피언십 이후 8개월 만의 통산 4승째다.

여자친구의 힘이 컸다.

이형준은 평소 골프백을 아버지에 맡겼다. 하지만 아버지의 왼쪽 어깨가 좋지 않은 탓에 여자친구에게 캐디를 부탁했다. 올해 대부분 대회에서 여자친구가 캐디로 따라다녔다. 20kg이 넘는 골프백을 들고 한 라운드에 7km 이상 걷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여자친구 홍수빈(22) 씨는 이형준의 곁에서 힘을 실어줬다.

이형준은 "아버지께서 왼쪽 어깨가 안 좋다. 캐디를 하겠다고 하셨는데 말렸다. 그래서 여자친구가 캐디를 하게 됐다"면서 "아버지께서 캐디를 해주실 때와 여자친구가 캐디일 때 둘 다 좋지만, 선수로서 조금 더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것은 여자친구인 것 같다"고 웃었다.

계속해서 "(여자친구 캐디가) 효과가 있는 것 같다. 플레이 중 응원의 말이 확실히 도움이 됐다. 그래서 성적이 좋아진 것 같다"면서 "버디를 하면 여자친구가 먼저 주먹을 내민다. 경기를 하면서 깊은 대화를 나누지는 않지만,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고 많은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형준은 3라운드까지 19언더파 194타를 쳤다. 자신이 보유한 54홀 최저타 기록과 타이. 특히 보기가 하나도 없었다. 8개월 전 세운 72홀 최저타(262타), 최다 언더파(26언더파) 신기록은 물론 노보기 우승에도 도전했다.

여자친구와 우승 세리머니를 한 이형준. (사진=KPGA 제공)
당연히 떨렸다. 그 때 긴장을 풀어준 것도 여자친구였다.

이형준은 "아침에 세리머니를 어떻게 할까 이야기 나눴다. 포옹을 할까, 뽀뽀를 할까, 하이파이브를 할까 이야기하며 긴장을 풀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0번홀 보기로 노보기 우승은 날아갔고, 72홀 최저타와 최다 언더파 기록 경신도 실패했다. 여자친구는 기록이 날아갔음에도 이형준이 흔들리지 않고 리드를 지킬 수 있었던 힘이었다.

물론 기록을 놓친 것은 아쉽다. 이형준은 "정말 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았다"면서 "전반 9개홀에서 3타를 줄여 72홀 최저타 기록과 노보기 우승을 할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후반 첫 홀 티샷 미스가 너무 아쉬웠다. 대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었는데 너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형준은 내년 시즌 종료 후 군입대를 고려하고 있다. 입대 전 여자친구와 결혼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형준은 "아직 제대로 된 결혼 계획은 못 세웠지만 군대 가기 전에 하게 될 것 같다. 군대는 늦어도 내년 시즌을 마치고 갈 것 같다"면서 "결혼식은 나중에 올리더라도 혼인 신고부터 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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