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무역 불균형?…한국 자동차·철강업계의 현실

한·미 정상 회담에서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불균형 사례로 자동차· 철강 분야를 거론하며 압박하고 나섰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확대정상회담에서 "한국의 각종 비관세 장벽 때문에 미국차 가운데 한국 수출이 허용되는 것은 5000대뿐"이라고 말했다. 철강 수출과 관련해서도 "유정용 파이프의 철강제품 역시 한국은 아예 시장이 없어 전량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154억9천만 달러로,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입액 16억8천만 달러의 9배에 달한다.

그러나 최근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감소 추세를 보인 반면 미국산 자동차 수입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업계의 대미 수출은 총 96만4천대로 2015년 대비 9.5% 감소했다.지난해 미국산 자동차 수입은 6만99대로 2015년 대비 22.4% 증가했다.

자동차업계는 FTA로 인한 관세 하락폭이 크지 않아 한국산 자동차의 실익이 적다는 입장이다. 한국차를 미국으로 수출할 때 매기는 관세는 2012년 FTA 발효 뒤 4년간 2.5%를 적용했다가 지난해 1월부터 사라졌다.

그동안 미국이 불만을 제기해온 자동차 분야 비관세장벽은 연비 규제와 수리 이력 고지 등이다.

우리나라의 연비 규제는 ℓ당 17km로, 미국(16.6km)보다 까다롭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엄격한 18.1km를 적용하고 있고, 일본 역시 미국보다 높은 16.8km기 때문에 불합리한 규제로 보긴 어렵다.

수리 이력 고지는 미국 36개 주(州)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제도를 이미 시행 중이어서 한국차도 같은 규제를 받고 있다.

미국의 수입규제 강화로 대미국 철강류 수출이 감소하고, 국산 철강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하락한 상태이다. 미국 시장은 우리나라 철강 수출의 약 12%를 차지한다.

지난 1∼5월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액은 4억2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3% 감소했다.

트럼프 정부 이후 유정용 강관에 대한 반덤핑 관게 부과 등 철강제품 수입 규제가 크게 늘어났다. 미국의 한국산 철강 수입규제 착수 건수는 2011~2013년 3건에서 2014~2016년 8건으로 늘었다. 지난 4월에는 미 상무부가 지난 3월 포스코 후판에 11.7%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매긴 데 이어 한국산 유정용 강관울 수출하는 넥스틸에 24.92%, 현대제철에 13.84%의 반덤핌 관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미 상무부에 한국산을 비롯한 수입산 철강이 자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관세 부과,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발동 등의 조치가 취해질 수 있어 업계에서는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철강 무역에서는 한국산 철강제품의 덤핑과 한국을 통한 중국산 철강의 우회덤핑이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됐다. 그러나 정부와 업계는 실제로 한국을 경유해 미국으로 가는 중국 철강은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물량의 2% 남짓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더구나 미국 업체도 중국산 철강을 수입해서 쓰고 있기 때문에 이를 불공정 무역으로 보는 것은 트집 잡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미 FTA 재협상을 꺼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의도가 아직 확실치 않다"며 "방미 대표단이 돌아오면 현지 정보와 분석 등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미 FTA 문제는 이번에 처음 제기된 게 아니다"며 "산업부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한미 통상문제 태스크포스(TF) 운영 등을 통해 대응 방안을 강구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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